#4. 비눗방울 아저씨와 좋아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하게 되는 고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이다. 어린 시절부터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으라는 말은 들었지만 아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의 정의나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위 질문이 그 어떠한 수학, 과학 문제보다도 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대학생이 되었고 좋아하는 일에 대한 생각은 어렸을 때와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할 때 마냥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우연한 기회에, 홀로 스페인을 여행하던 도중 좋아하는 일의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시우타델라 공원을 거닐던 중이었다. 5월 스페인의 햇살은 생각보다 뜨거웠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곳에서 특히나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비눗방울 아저씨가 있는 곳이었다.
비눗방울 아저씨 주변에는 특히 아이들이 북적였다. 비눗방울을 만드시면 아이들은 곧장 달려가 비눗방울을 터뜨렸다. 따뜻한 햇살, 즐거운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 공원 한 편에 자리를 잡고 그 모습을 꽤 오랜 시간 지켜보았다.
30분이 넘는, 거의 1시간이 되는 시간 동안, 비눗방울 아저씨는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비눗방울을 만드셨다. 더운 날씨에 지칠 법도 하신데 아이들에게 어떤 비눗방울 모양으로 만들지 물어봐가며 열심히 비눗방울을 만드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행복해 보였다.
만약 나였으면 비눗방울을 만드는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씨에 계속해서 비눗방울을 만드는 일이 고된 노동처럼 보였을뿐더러 누군가는 내가 비눗방울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 하면 그게 무슨 직업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런 시각이 대부분일 것 같다.
그런데 공원에서 만난 비눗방울 아저씨는 내 눈에 행복해 보였고, 보기 좋은 것을 넘어서 멋있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좋아하는 일의 정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별 볼 일 없어도, 남이 시키지 않아도, 꿋꿋하게 하는 일, 그것이 정말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원을 나와 걸어가던 중 한 골목길에서도 비눗방울 아저씨를 만났다. 하지만 그분은 나랑 눈을 마주치자마자 왜 돈을 안 주냐는 뉘앙스로 눈짓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아 이 분은 본인의 일을 좋아하시지는 않나 보구나.
같은 직업을 가지더라도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행복해 보이고, 심지어 그 일이 객관적으로는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멋있어 보인다는 것을 느끼며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필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후에 나는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하는 일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나는 "일기 쓰기"였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이나 감정들을 기록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이 나면 일기를 쓰곤 했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도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글을 쓰고 있다.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랬지만 어떤 일을 했을 때 기분이 좋고 신나는 일들을 내가 좋아하는 일로 여기곤 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후 그 일들을 할 때의 감정들을 살펴보니 기분이 좋고 신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쩌면 진짜 좋아하는 일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과 근심, 불안과 염려가 사라지는 일들.
그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정의를 내 나름대로 내릴 수 있었다.
1.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하는 일"
2. "그 일을 할 때 걱정과 근심, 불안과 염려가 사라지는 일"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 다시 한 번 질문하고 싶다.
여러분들의 좋아하는 일들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