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이다. 창문을 열었다. 그런데 웬일, 도도가 나타났다. 텃밭 가 이슬을 머금은 맨드라미 옆에 앉아 사방을 훑고 있다. 그런 도도를 내가 먼저 본 것은 도도를 내가 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흥분한 목소리를 낮추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멀리서 봐도 배가 홀쭉했다. 새끼를 낳았다.
“도도 어디 갔다 왔어? 내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어?”
나는 성길 씨 몰래 무조건 도도에게 밥을 주기로 작정했다.
일단 평상 밑 박스를 새 걸로 바꾸고 안에 신문지를 깔았다. 평상 위에 돗자리를 깔았다. 평상 사이로 빗물이 박스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평상은 점점 지저분해져 갔다. 도도 새끼 순둥이와 점박이는 평상 위 의자에서 졸고 있다. 밥그릇을 평상 밑에 놔두었다.
도도는 여전히 나랑 일 미터 거리를 두고 있다. 도도는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성길 씨를 경계하면서 평상 밑에서 허겁지겁 사료를 먹었다. 이런 도도가 안타까워 창고 문을 살짝 열어놓고 창고 안에 밥을 줬다. 도도는 성길씨 인기척만 나면 곧바로 평상 밑이나 지붕 위로 몸을 숨겼다. 나도 성길씨가 나타나면 마당에 주저앉아 풀을 뽑는 척했다. 성길씨가 밭 끝에서 담배를 끄고 들어가고 나면 도도를 불렀다.
“도도! 도도야!”
“야옹 내려갈게요.”
도도는 재빨리 지붕에서 내려왔다. 밥을 다 먹으면 도도는 계곡 다리를 지나 밭고랑으로 걸어갔다. 아마 그쪽 어디에 두 번째 새끼를 낳은 것 같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그 뒤 모습에 가슴 이 아렸다.
“아저씨, 일허러 안 가요?”
나는 성길씨에게 이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했다. 누가 보면 오래 산 부부가 남편하고 같이 있기 싫어 내보내려는 것 같았다.
하루는 성길씨가 마당을 지나가다 말했다.
“고양이 밥 주지 마세요.”
“새끼 낳은 것 같은 디 밥은 멕에야죠.”
“안 돼요.”
그는 내가 도도에게 밥을 준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나는 성길씨가 집에 있는 시간에는 치밀하게 행동했다. 도도가 밥 먹을 때 성길씨 기척이 나면 나는 미리 성길씨 마당으로 갔다. 마당에 서서 말을 걸어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아무 때나 그릇에 사료를 부어놓으면 동네 깡패 노랑 고양이가 먹어 버렸다. 그것도 막아야 했다.
드디어 도도가 내 다리를 스치면서 창고 안으로 들어가 허리를 펴고 밥을 먹고 있다.
수돗가에서 성길씨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났다. 나는 창고 문을 잡은 채 고개를 빼 마당을 내다봤다. 그는 서류를 손에 들고 나에게 오고 있었다. 나는 도도에게 ‘괜찮어’ 눈짓을 하고 창고 문을 닫다시피 했다. 종종걸음으로 성길씨 몸을 밀고 그의 마당으로 걸어갔다. 내 몸이 자기 몸에 붙다시피 해 놀란 성길씨가 뒷걸음을 쳤다.
“뭔디요?”
내가 물었다.
“아아 저저저.”
그는 서류를 나에게 줬다. 서류를 받아 대충 훑어보고 시간 나면 다시 보겠다고 핑계를 댔다.
도도는 사료를 먹다 말고 앉아 있다. 도도는 새끼들이 사료를 먹어도 보고만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성 본능은 어쩔 수 없다.
나 어렸을 적 엄마는 밥상에 갈치는 먹지 않았다. 엄마는 “나는 밥맛이 없다. 니들이나 먹어라” 하면 막내는 얼른 젓가락으로 갈치토막을 집어갔다. 나는 동생 발등을 숟가락으로 쿡쿡 쑤셨다.
이제는 성길씨도 도도가 밥을 먹고 가는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그도 포기한 것 같았다. 도도도 나도 성길씨 눈치를 거의 안 봤다. 도도는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 거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내가 털을 만져도 놀라지 않았다. 얼마만 인가! 드디어 마당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행복은 연속극처럼 현실에서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도도가 아무리 봐도 숨을 가쁘게 쉬었다. 새끼 순둥이, 점박이와 아빠인 까불이 배는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도도는 통조림을 줘도 깔짝거리다 만다.
도도가 밥을 입에 대다 만 후 막사 아래 누워있다가 겨우 일어났다. 새끼들 있는 곳으로 가는 걸음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가는 것 같았다. 그런 도도 뒷모습에 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