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주, 『그래도, 선생님』,
미다스북스, 2025

by 박여범

(서평)

어른들이 잃어버린 순수한 마음, 아이들의 놀라운 능력

(손미주 지음, 『그래도, 선생님』, 미다스북스, 2025.)


박 여 범(시인 문학박사 용북중학교)


나는 대한민국 교사다. 읽기, 쓰기, 듣기를 중심으로 사고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국어 교사다. 아직도 나는 책이나 신문 잡지 등 활자화된 것은 다 좋아한다. 허벌나게 겁나게 좋아한다고 해도 넘치지 않는다. 이런 내가 최근 ‘돌아온 교실, 치유의 첫걸음’이란 소제목에 이끌려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17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손미주 선생님의 『그래도, 선생님』(미다스북스, 202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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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의 꿈은 대통령도 우주비행사도 과학자도 아닌 바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동갑내기 아랫집 친구 동원이 아버지의 직업이 바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현실에서 중학교는커녕 고등학교 진학도 어려운 7남매의 여섯 번째 아들이었다. 초등학교 학년이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그 차이는 멀어져 갔다. 인근 도시도 못 나가본 나와는 달리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와 파인애플을 자랑하던 친구 녀석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난 주저 없이 내 꿈을 결정했다. ‘그래, 선생님, 선생님이 되는 거야’, ‘난 할 수 있어’, 해낼 거야 ‘ 등 최면을 걸어가며 어렵게 고등학교, 대학, 대학원을 마치고 남들보다 어렵게 사립 중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선생님이 되어 처음 출근하던 날, 감흥이 없었다.


이미 40대를 바라보며, 대학 강사로 10여 연간 일에 온 알맹이 없는 화려함이 현실이었다. 어릴 적 가난을 해결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 선생님‘이 된 그날을 난 이렇게 기억한다. 어찌 보면, 한심하고 한심할 뿐이다.

각설하고, 교사는 학생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학생도 교사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다. 실패와 성공을 통한 믿음이 형성되고 학년이 쌓여갈수록 개인차는 물론 다양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 교사의 삶은 언제나 아이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치고 속상한 순간이 있지만, 아이들과 나눈 작은 순간들이 다시 마음을 채워 줍니다. ‘(위의 책, 21쪽.)


’ 나도 교사가 처음이라 요령이 없었고, 담임 선생님께서도 힘들다고 혀를 내두르는 녀석들이 모여 있었다. ‘(위의 책 23쪽.)


손미주 선생님은 초보 교사 시절의 어려운 경험을 ’ 요령‘이 없었고, 힘든 아이들이 많았던 경험을 떠올린다. 그럼에도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교사 손미주가 있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나 역시 초보 시절 어려웠던 경험이 떠올라 마음이 한동안 멍해짐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누구나, 어느 직업이나 경험하는 첫 직장의 어려움이 교직에도 예외는 아니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느냐에 따라 성장이 다름을 경험할 수 있었다.


’ 아이들의 배움에는 실패와 시행착오도 포함되어야 한다. 어른인 내가 모든 것을 매만져 주려 할수록, 정작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앞으로는 아이들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조금 더 기다려 주어야지.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운다. ‘(위의 책, 29쪽.)


위 예문에서 나는 ’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운다’라는 문장에 꽂혔다. 주입식 교육으로 일관하던 수업에서 나는 처음으로 기다림을 알게 되었다. 내가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아이는 더욱 힘에 겨워한다는 것을 알고 교사가 지녀야 할 자질이 없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곤 했다.


’ 퇴근 후,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니 웃음이 났다. 수업을 통해 나이를 실감하면서도, 동시에 내 경험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역사 수업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위의 책, 61쪽.)


경험이 쌓이고, 수업에 자신이 생기고, 학교에 적응했다고 느끼는 날이 많아졌다. 이젠 나도 교사가 되어가는구나! 생각할 때마다 성장통은 계속되고 다시 반성하고 성장하고를 반복하는 학교생활이 이어졌다. 이럴 때마다 ’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가는 아이들을 보면 독서가 얼마나 깊이 있는 경험인지 새삼 깨닫게. ‘(위의 책 67쪽) 됩니다.


돌아온 교실, 치유의 첫걸음, 아이들도 선생님도, 실패해도 괜찮아, 서로 마주하며 마음을 여는 교실,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걸어가는 길, 그래도 상처를 딛고 서는 희망, 5부로 구성된 『그래도, 선생님』과 만나보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보자. 소소한 일상에서 ’ 학부모가 믿을 만한 곳, 감동이 있는 곳, 그래도 학교, 선생님‘의 신뢰를 쌓아가는 초석이 되길 희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서두에서 두서없이 적어 본 ‘선생님’에 대한 시 일부를 소개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선생님과 함께 파이팅을 외쳐본다.


아이들만 학교 가기 싫은 것은 아니지

어른들도, 어쩌다, 가끔은 직장에 가고 싶지 않지!

막말에 손가락질도, 삼십 년 넘은 선배

화려한 이력에 기죽고 여유라는

가진 자의 배부른 사치지

사자처럼 밀려오는 MZ 세대의 충성심을

막을 방도가 없지

끼인 세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제로 음료나 마시는 것이지

눈치 보다가 적당히 타협하며

슬기로운 직장 생활만이 꼭짓점이지

-하략-

*박여범, ‘가끔은 직장에 가고 싶지 않지!’, 『옥수수수염처럼 얼굴이 붉어진다』, (시산맥, 202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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