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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색하는 고양이 Jul 14. 2024

[영화리뷰] 철학을 살짝 가미한 <더 메뉴>(스포조금)

오늘날에서 음식은 어떤 의미인가?

본질과 실존

소개에 앞서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본질과 실존에 관해 이해가 필요하다.

사전적 의미로 본질이란 A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실존은 A 그 자체다

예를 들어 머릿속으로 음식이 눈앞에 있다고 상상하자 우리가 생각하는 음식의 존재 이유는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우리 몸의 허기와 영양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음식이라는 물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음식에 곰팡이가 피었다면? 아니면 누군가가 이 음식에 유리가루를 뿌렸다면? 그 음식은 본질을 잃는 것이다. 곰팡이가 피거나 유리가루가 묻어있다면 애초에 생명체가 먹을 수가 없는 음식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음식은 먹을 수 있어야 음식의 존재 이유가 있지만,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음식의 존재 이유를 상실)

실존은 말 그대로 A라는 물건 그 자체인데 한번 내 주변사람들을 잘 떠올려 보면 이해관계, 즉 서로의 필요에 의해 네트워크가 형성된 사람이 아닌 그저 이 사람이랑 있으면 편안해서, 행복해서 등 이 사람 자체가 좋아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관계의 이유보다는 사람 자체가 앞서기 때문에 실존본질보다 우선시된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


타일러(남) 마고(여)

영화의 시작은 12명만이 갈 수 있는 슬로윅의 고급 레스토랑의 초대에 참석하게 된 한 커플 (타일러와 마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저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0명도 라인업이 상당하다. 돈 많은 사업가, 레스토랑의 셰프 슬로윅을 발굴한 갑부, 셀럽 등 다양한 부자들이 이곳에 초대받았다.

마고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먹고 있지만 마고를 제외한 11명의 손님 모두는 음식에 대한 반응이 다 제각각이다. "여기 왔다고 자랑은 하겠네", "플레이팅을 전부 집게로 해서 별로다" 등 음식에 대한 자신의 다양한 잣대와 생각을 말하며 자신의 허례허식을 드러내기에 바쁘다. 심지어 타일러는 플레이팅을 보더니 감격해 눈물까지 흘린다. 마치 '이런 음식을 보고 즐길 줄 알고 셰프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나'에 취한 듯 말이다.

심지어 음식도 무언가 정상이 아니다 빵 없이 빵과 곁들여 먹을 소스만 나와있는 접시, 손님들의 치부가 담긴 토르티야 등 음식의 본질이 결여된 음식들이 서빙된다.

그렇게 마고는 이상한 분위기를 느껴가던 중 메뉴의 일부라며 레스토랑의 부주방장이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며 영화의 분위기가 고조된다.


음식이란?

고대에서부터 음식의 본질은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영양분을 얻는 섭취하는 것과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얻는 행복과 만족감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음식은 단순히 본질에서 벗어나 비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방문하여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음식을 평가함으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슬로윅과 치즈버거

영화 후반부 마고는 슬로윅에게 치즈버거를 주문한다. 아무런 서사와 의미가 없는 그저 맛과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평범한 치즈버거, 슬로윅은 이 치즈버거를 요리하면서 과거 자신이 유명한 셰프인 지금이 아닌 과거 평범한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요리를 하여 내 음식을 먹고 사람들이 행복해하던, 즉 요리하는 행위 그 자체가 좋았던 그때를 떠올리며 영화에서 처음으로 미소를 띠며 요리를 한다

이때 여기서 슬로윅이 느꼈던 감정이 본질보다 실존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후기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웠던 느낌이었다. 영화 중반까지는 오오오.. 하면서 봤지만 마지막에 결말이 아빠가 사 온 아이스크림 봉지를 열었는데 바밤바가 들어있었던 것처럼 너무 허무한 느낌이었고 슬로윅이 하는 행동들이 이해는 가지만 저거 가지고 저렇게 까지 한다고..?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영화에 담긴 요소들이나 코스 메뉴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곱씹어본다면 하루 삭제하기엔 충분한 영화라 괜찮게 봤었던 것 같다.(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치즈버거가 정말 맛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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