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서를 읽을 때마다 이를 학급경영에 대입해서 읽곤 한다. 늘 반을 '관리'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하나의 class라는 작은 team을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고, 꽤 많은 인사이트를 얻곤 한다. '행하지 않은 건 알지 않은 것이다'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탓에, 좋은 아이디어들을 줍줍할 때마다 반에 적용하곤 하는데 그럴 땐 이 느낌 마치 실리콘 밸리라 괜히 더 으쌰으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길러 내고 싶은 ‘사람의 방향’과 만들고 싶은 '학급 문화'와 맞닿아 있기도 하고.
<팀장의 탄생>이라는 이 책은 페이스북 인턴으로 들어가 3년 만에 팀장이 되고 현재 디자인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는 줄리 주오가 쓴, ‘변화하는 시대에 초보 팀장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교직의 특성상 연공서열에 의해 많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교감, 교장'이라는 머나먼 관리직이 아닌 이상 '팀'을 운영한 다기엔 민망한 부분이 없지 않아 '초보 팀장, 관리자'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무엇을 취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교직이라는 조직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시도한 적이 없지는 않으나 너무나 견고한 벽 앞에 번번이 좌절했던 기억이 떠올라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일에 주목하기보단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하다 보니 결국 아이들을 위해 어떤 관리자가 되어 어떤 문화를 정착시켜야 되는지 자문해 보기에 이르렀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아무래도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의 관리자 혹은 리더의 입장에서 쓰였기에 교육이 추구하는 바와 그 목적의 결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하고 싶게 만드는 데에 참고할 만한 지점이 많았는데 그중 유독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조직문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문화'는 어떤 집단에 작용하는 지배적인 규범과 가치관이기에 페이스북에서 전통으로 만드는 사례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그 조직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 성공한 사람의 시크릿 노트를 훔쳐본 느낌이었달까.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즉석 발표를 하는 것이라든지, 서로의 공로를 알도록 매년 아카데미상 같은 시상식을 개최하는 것이라든지, 허심탄회하게 실수를 이야기하면서 진정성을 기르고 교훈을 얻을 수 있게 '금주의 실패작' 모임을 여는 것이라든지.
전 세계 혁신의 중심지이자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실리콘 밸리는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업들이 배출된 곳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도전자 10명 중 9명은 실패의 쓴맛을 보는 혹독한 정글이라고 한다. 다만 자신의 실패담을 공유하고,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를 물으며 서로에게 조언을 하는 '실패 밋업' 문화가 있는데, 어쩌면 그러한 문화가 실리콘밸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실패가 흔한 지식산업에서, 그 빈번한 시행착오 속에서 오뚝이같이 일어나는 아이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패로부터 취할 점을 빠르게 취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교실문화를 만들어야 할까.
'실패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해서 어쩌면아이들이 실패에 더 많이 노출되어야할는지 모르겠다. 작은 성취감을 많이 맛보되 성공이라는 결괏값에 도취되기보다 많은 실패 속에서 '도전'이라는 과정에 더 의의를 두는 태도가함양되어야 할 것이겠고.무용담처럼 자신의 실패담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도전의 실패와 자신의 실패를 분리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드러낼 수 있으려면 높은 자존감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실패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에게 겨누는 방어적인 태도를 거두어야 하며, 이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성과 유연한 사고가 길러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실패를 당당히 꺼낼 수 있다면 개선할 점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기에 실패를 딛고 다시 한번 도전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성장하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이 좀 더 진취적인 사회를, 좀 더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아이들이 하는 매일의 생각과 행동은 훗날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가시적이지 않아 다소 막연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실패를 공유하는 문화를 교실에 정착시킬 수 있다면, 그래서 실리콘 밸리 정신을 내재화한 아이를 한 명이라도 길러 낼 수 있다면 (현시점을 기준으로) 성공적인 교육이 아닐런가, 생각하며 내일 세상이 멸망할 지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