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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Nov 06. 2022

데이터 제대로 포장하기(인포그래픽은 거들뿐)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 by 알베르토 카이로

서울시 산하 영재교육원에서는 1년 동안의 교육활동을 마무리 짓는 11월에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창의적 산출물 발표회를 추진한다. 교육청 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과학영재원에서의 창의적 산출물이라 함은 자유탐구과정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 주제를 정하고 1년 동안 탐구를 수행하여 탐구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거나 탐구 문제를 해결하는 유형(有形)의 산출물을 제작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창의적 산출물을 발표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학생들 중에는 탐구문제부터 신선한 데다가 탄탄한 연구설계를 바탕으로 수집한 자료를 화려하게 시각화하여 발표까지 끝장나게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연구설계는 훌륭하여 발표를 기대했으나 발표 당일 슬라이드 한 장에 연구의 모든 내용을 때려 박아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친구도 있다. 연구의 알맹이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연구를 드러내야 하는 자리라면 연구를 포장할 줄도 아는 것이 필요하다. 포장지가 내용물을 업그레이드 시키지는 못할 지언정 적어도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수준은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한 시각 자료를 가공하고 유기적으로 표현하는 정보 디자인이다. 정보 디자인의 하위 개념 중 하나인 인포그래픽(infographic)은 정보(information)와 그래픽(graphic)의 합성어로 문자와 함께 그림이나 기호 등의 시각적 요소를 유기적으로 구성하여 정보 전달력을 높이는 직관적인 그래픽을 의미한다.


인포그래픽은 정보 특성과 시각화 표현 방법에 따라 통계형, 타임라인형, 프로세스형, 비교․분석형, 비주얼 스토리텔링형, 강조형, 구조형, 개념도형, 일러스트형 등으로 나뉜다.  

인포그래픽을 활용하여 정보를 전달하면 내용을 직관적으로 쉽고 빠르게, 그리고 소통 과정에서의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정보를 전달받는 사람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기억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쨌든 이는 정보를 전달하는 입장에서의 장점.


정보를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정보를 임팩트 있게 전달해야 하기에 이미지를 왜곡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버블 차트에서 버블의 면적이 아닌 높이나 길이를 변경하여 면적 자체를 왜곡시키는 것처럼 차트의 척도와 비례를 얼버무리면서 말이다.  


책에서는 정보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수두룩하다. 특히나 통계형 인포그래픽의 일환인 차트에서 잘못된 데이터를 표기하거나, 분량이 적절하지 않은 데이터를 포함하거나, 잘못 설계하는 식의 사례들이 자세히 제시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그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는 법, 즉 차트를 단순히 그림이나 도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읽고 해석하는' 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문해력이 읽고 쓰는 능력이고 구어력이 말을 구사하는 능력, 산술력이 숫자를 다루는 능력이라면, 도해력은 시각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이다.

창의적 산출물 지도 강사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알맹이를 잘 드러낼 수 있을지 예쁘게 포장하는 법을 가르쳤다. 가능하면 학생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수행한 탐구가 빛을 발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인포그래픽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선정하고 정보를 구조화하는 작업이라 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차트를 읽고 해석하는 역량이 길러지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왜곡되는 정보 앞에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깜빡 속아 넘어가겠다 싶은 부분도 많았다. 이왕 인포그래픽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은 이상,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제대로 해석하는 것도 가르쳐야겠다 싶다. 그렇게 제대로 정보를 포장하는 과정에서 도해력이 향상될 학생들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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