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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Nov 20. 2022

이타심이 쏘아 올린 작은 불편함

트레바리 왜 안 해?

어제오늘 '이타심'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트레바리에서 나눈 대화 덕분(?)이다.

트레바리 [성장 곱하기 성장] 클럽에서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리더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얼마 전 타계한, 경영의 신이라 일컬어졌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철학이 녹아있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많은 기업체를 이끌며 깨달은 사업과 경영, 일과 성공에 대한 통찰을 '마음'이라는 주제로 꿰어낸 책이다.


불교철학을 기저에 두고 '마음'에 대해 저술하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떠오르기도 했고, 본체 천주교 신자임에도 불교철학을 애정(?)하기에 큰 '불편함' 없이, 무려 반갑게 읽었다.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는 얼마 전 읽었던 <두 번째 산>의 '결'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면서.


책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리더에게 중요한 자질을 '마음'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다'라는 일체유심조를 기반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로에게 온전히 가닿는 방법은 마음의 핵심인 '진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이타의 마음'을 꼽았다.


여기서 '이타심'이 등장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이타적인 마음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임직원, 협력업체, 속한 사회, 국가, 전인류 등)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정말로 이타적인 마음을 가진 경영자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경영자보다 더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저자의 관점에는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본인의 생존 편향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일 이타적인 마음이 훌륭한 경영 성과로 연결된다면, 그 사이에는 어떠한 연결고리들이 존재할까요?

이런 발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얼마간 쉽게 '안다'라고 생각한 '이타심'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지기 시작한 데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자꾸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작할 때 밝았던 내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는 한 멤버분의 말씀처럼 토론이 진행될수록 이상하게 불편해져 오는 감각 때문에 물음표와 씨름하느라, 그리고 멤버분들의 열띤 토론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불편한 지점을 파고들다 보니 책을 읽으며 놓치고 있던 부분, 이 책이 경영서라는 것이 새롭게 환기되었다. 이 책은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에 관한 책이라는 것. 그럼 이타심이라는 단어는 철학서의 그것처럼 마냥 반갑게, 자기 계발서처럼 마음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타심이라는 단어가 기업경영 측면에서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도구화된다는 것이 옳은 건가? 이타라는 단어까지 경제논리에 의해 잠식당하는 거 아닌가? 이타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대의를 위해 과정에서의 이타는 무시될 수 있나? 그 판단의 근거는?'


트레바리는 '이유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함. 또는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트레바리의 이번 토론이 좋았던 이유는 책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유 있게 반대표를 던진' 분들 덕분에, 그리고 이러한 대화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토론의 판을 세팅한 클럽장님의 발제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번의 토론은 불편한 자극을 주입해 주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런 대화를 안전하고 치열하게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익했고 인상적이었다. 트레바리 마무리 토크에 늘 단골로 등장하는 '오늘 모임에서 머리가 띵! 했던 순간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이 워딩 자체로 '띵!' 하게 와닿는 토론이었달까. 불교에서 말하는 직접 체험하여 터득하는 깨우침이 이런 느낌이려나.


덕분에 새로운 책을 읽을 때 얼마간 빠른 이해를 위해 읽어왔던 책의 카테고리로 손쉽게 배치해 버리려는 내 행동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 애정하고 있는 트레바리가 더 좋아진 것 같다. 트레바리 외않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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