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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Jan 16. 2024

교밍아웃

교사인데 교사라고 왜 말을 못하니

“교사 같지 않아요!”

으레 교밍아웃을 할 때면 듣는 말이다.

     

“칭찬인가요?”

으레 그에 대한 답으로 늘어놓는 말이다.     


성소수자가 스스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단어인 커밍아웃(coming out)에서 기인한, 다른 사람에게 교사임을 밝히는 행위를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밍아웃'이라고 한다.


썩 자부심 있게 드러내는 단어가 아닐뿐더러 썩 당당하게 사용하는 단어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뭉그적거리며 민망한 웃음을 곁들여 꺼내는 단어랄까. 그 뒤에 뇌까리는 고민은 덤. 밝히지 말 걸 그랬나?   

  

언제부터였을까, 나를 교사로 소개하는 것이 두렵기 시작한 게. 교사답지 않다는 말을 칭찬으로 들으며 안도하기 시작한 게.    

어느 휴일, 집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학부모 모임이 있었는지 주위가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시끄러웠지만 마땅히 이동할 자리가 없었기에 들려오는 이야기를 주의 없이 듣게 되었다. 대화의 화두는 담임.      


“유준이네 담임은 누구야?”(‘선생님’이라는 단어를 뒤에 붙여주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로 시작된 이야기는 하하 호호 즐겁게 그 ‘담임’에 대한 욕, 비난, 비교, 조롱을 거쳐 인신공격으로 마무리되었다. 내 일도 아니었지만 화끈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쓰)며 가방을 싸매고 뛰쳐나오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인문 고전 강의로 유명한 저자의 북토크를 갔을 때였다. 평소 저자의 책을 재밌게 읽었기에 기대하며 참여했는데, 웬걸.

"교사들은 남의 말을 제일 안 듣는 집단이다. 우리나라 교육에 발전이 없는 건 다 그 탓이다. 교사를 비정규직화해야 생존하기 위해 처절하게 말을 들을 것이다."

배울 만큼 배우신 분이 저런 말을 공식 석상에서 버젓이.  


“우리나라 교육이 이 정도 유지되는 것은 개떡 같은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말 잘 듣는’ 교사 덕분인 줄이나 아세요!”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꾸역꾸역 삼키고 뒤돌아섰다. 집에 와서 가지고 있던 그 저자의 책들을 다 버렸다.   

공공의 적을 만들어 쉽게 친목을 도모하려는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교사라는 집단 개념의 원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자꾸만 억울해지고, 힘이 빠지는 걸까. 원색적인 비난이 아닌, 건설적인 비판을 바라는 건 욕심일까. 집단으로서 대상을 바라보지 말고, 개인으로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은 이기적인 걸까.


추락하는 교권에 알량하게 갖고 있던 사명감마저 추락해 버리는 것 같다.

나는 그저 가르치는 일이 좋고, 그래서 교사라는 업(業)이 좋았을 뿐인데. 왜 나는 점점 나의 일을 공개하는 데 용기가 필요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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