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chi H Jun 19. 2024

80. 노을이 지는 날

The unknown

승무원 절친이 유방암이 다시 옴 몸으로 전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그녀에게 다시 더 큼 먹구름이 가는 길을 더디게 만든다. 승무원 수련을 같이 받은 오랜 동료 친구다.


그녀의 암소식을 처음으로 문자로 받았을 때에는 다음 비행을 준비를 하려던 차 지상직원이 문을 열었을 찰나였다.


” how are you doing?”


나는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순간 당황한 하얀 수염이 푸근하게 느껴지는 인상의 나이 지긋하긴 지상작원 아저씨가 나를 안아주며 위로를 해준다.


“ I am so sorry. I just heard about my friend’s illness”


그는 괜찮다며 어깨를 다독다독 시켜준다. 그리고 1년 후 그녀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 하여 몇몇 친구들과 다 같이 장을 보아 요리도 하며 수다도 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다시 아프다. 아주 많이.


 밤늦게 출발하는 과테말라 비행시간을 고려하여 일부러 날짜를 바꾸어 공한 근처 카페에서 가까운 친구들과 만났다. 그렇게 그녀는 항상 배려가 깊은 친구다. 아픔 몸을 잊으며 누구에게든 그녀는 짐이 되길 원치 않는 친구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까마치 못해 거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모습으로 환화게 웃는다. 눈물을 끝까지 삼켜본다.


애써 그녀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나 이제 죽을 테니 자주 봐야 해?라고 하는데 동생 같은 마음에 꾸지람을 해본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 얼마나 힘들까 가늠할 수 없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녀는 언제나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친구였다. 몸이 이지경인데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나온 친구다.

죽기 전 하고 싶은 것들을 늘어놓는다.


13살 아들이 엄마에게 한 말들이 아직도 가슴에 박힌다. ” 엄마, 엄마는 곧 죽으니까, 내가 비밀 이야기 해줄게. 얼마 전에 어떤 여자애랑 키스했어 ‘


다들 재밌다고 박장대소했지만,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니 웃음이 쓰다. 그녀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든다. 가지각색의 수염들이다. 다들 각자캐릭터에 어울리는 수염을 얼굴에 붙이고 마냥 즐겁게 많은 셀카를 찍어본다. 울고 웃고 그렇게 우리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한 후 공항으로 향한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니 우리의 인생도 저렇게 화려하게 물들다 지는 것 같다. 알 수 없는 미래로 다시 한걸음 나가본다.


오랜만에 배낭을 끄집어낸 솔로 여행이다. 남편도 아이들도 없는 여행. 과테말라! 미지의 나라로 가는 설렘이 크다.







매거진의 이전글 승무원 인터뷰 준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