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리셋, 생활의 기준으로

사수하라 바로 설거지!

by 여는길

청소를 근본적으로 하기로 결심한 지 3주가 지났다. 때로 SNS에서 청소하는 영상을 보는데 '약간 빠르기'로 편집된 청소영상은 언제나 봐도 속이 시원하다. 어지러운 집이 힘들이지 않고(!) 착착 척척 정리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 마음도 한결 정돈되는 느낌이다. 영상에서처럼 넓고 살림도 많은 집을 그렇게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어떤 공을 들여야 하는지 상상할 수가 없다. (하루종일 청소만 하라는 말인가!)

집안 구석구석을 한순간에 화사하고 깨끗한 집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일단 부엌을 청소의 기준으로 세우고 몸에 익힌 다음 청소가 잘 된 구역을 하나씩 늘려가보기로 했다.


닮고 싶은 부엌 사진 (출처_핀터레스트)


그동안 내가 청소를 잘 못했던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1. 조금만 있다가 더 모이면 한꺼번에 하기로 한다. 뒤로 뒤로 미루다 보면 계속 하기가 싫어진다. 어느새 산더미처럼 쌓인 싱크대를 바라보면 언제 치우나 싶어서 한숨이 나온다. 며칠 안 버린 음식물로 냄새도 덤이다. 설거지가 나오면 바로 해버리는 정신을 발휘해 보자. 씽크볼을 반짝반짝하게 닦고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게 만든다면 몇 개만 나와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 쓱싹 닦아버리고 만다.

바로바로 치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훨씬 적게 드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2. 끝까지 하는 근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주방을 치우다 보면 끝까지(!) 설거지-행주 빨아 널기-씽크볼 닦기-음식물망 치우고 닦기-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까지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행주 전에서 포기해 버리고 만다. 행주를 빨아서 널어놓는 일이 왜 이리 귀찮게 느껴지는지 행주를 네다섯 개를 젖은 상태로 방치해 놓은 적도 많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끝까지 해내야 일이 끝나는 것이다. 인내심과 근성을 의식적으로 높여 완료하는 미덕을 쌓아보자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3. 날마다 한 칸씩만 정리하자.

매일은 어찌나 빨리 가는지 눈 깜짝할 새에 볶은 참깨가 일 년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었다. 후춧가루, 오일, 각종 소스등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정리했다. 언젠가 쓰려고 했던 잼병, 파스타 병, 작고 자잘한 유리병은 버리고 무심결에 되는대로 쌓아놓은 컵, 텀블러, 일회용품, 접시등 자리를 찾아서 정리해 주었다. 한꺼번에 많이는 못하니 딱 한 칸씩만 정리하기로.. 꽉 찼다고 생각했던 싱크대 선반이 헐렁해지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람 손길이 중요하구나 생각한다. 정리하다 보면 의외의 보물을 발견하기도 한다. 와! 이런 것도 있었네! 하고 말이다.


4. 나의 동선은 효율적인가.

정리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더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어 줄지도 모르지만 아직 그 정도의 여유는 없으니 최대한 나의 생활패턴을 생각하면서 좋은 동선을 만들어 보자. 이 물건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를 계속 생각해 가면서 시도해 보는 수밖에. 이쪽에도 저쪽에도 놓아보면서 최적의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이삿짐센터에서 넣어주는 대로 그대로 적응하고 사는 나란 인간... 을 반성한다. 남의 집 살림을 책이나 유튜브로 조금씩 관찰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씩 늘려가보자.


깨끗한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나에게 흐른다.

주방이 잘 유지되고 있는 반면 주방 바로 옆 세탁실은 아직 엉망(구조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식탁도 하루만 지나면 책으로 순식간에 덮이는 상황이다. 거실은 말할 것도 없지만... 3주간 주방만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왔고 재택근무로 일을 하다가도 무심결에 주방 쪽에 시선을 두면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는다. 쉬는 시간 주방을 한 바퀴 돌면서 더 손댈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되었다.

정돈된 장소가 주는 안정감과 상쾌함의 높은 에너지가 나에게 흐른다.


이제 윤을 내기로.

정리 정돈이 어느 정도 되니 이제 스테인리스 씽크볼과 프라이팬, 냄비등을 꺼내어 약품을 넣어 하룻밤 물에 담가 둔 다음 윤이 나게 닦기 시작했다. 전기 주전자를 닦고 잘 안 쓰는 살림들은 자리를 마련해서 넣고 먼지 쌓인 상판을 닦는다. 음식이 튀어 얼룩져 있는 싱크대 문짝을 세제를 뿌려 닦았다. 몇 평 안 되는 부엌도 이렇게나 신경 쓸 일과 할 일이 많다니! 작은 얼룩부터 신경 쓰는 것을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조금씩 더 넓은 사고와 실행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난 지금 수행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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