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일주일 동안 접하는 지식 및 정보의 양은
18세기를 살던 사람이 일생동안 접하는 정보의 양에 버금간다
지난주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라는 온라인 강좌를 듣게 되었는데 그 강좌에서 강사가 언급한 말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나 소스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없었지만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주장이긴 하다. 지금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는 정보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구글 검색 결과, 현대인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이 약 10억 비트 정도라고 한다. 책으로 환산하면 대략 90 페이지 분량이다. 이는 인터넷과 TV,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 덕분이다. 하물며 이제는 이러한 다양한 매체를 일부러 찾아서 접할 필요도 없이 손안에 있는 휴대폰 하나로 이 모든 매체에서 쏟아내는 수많은 정보를 간편하게 취할 수 있는 세상이다.
18세기에는 책과 신문, 그리고 사람들 간의 소통 이외에는 정보를 습득할 통로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가 전파되는 데에도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 현대인은 몇 분 또는 몇 초, 클릭 몇 번으로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다.
정보의 증가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접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달라졌다. 우리는 이제 더 쉽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더 쉽게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현상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대인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지면서, 정보 과부하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보 과부하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서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정보 과부하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정보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정보 과부하 대응 방법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탈이 나기도 하고 비만에 빠지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많아지면 나중에는 처치 곤란에 빠지기 쉽다. 줄여야 하는 건 음식물 쓰레기, 생활 쓰레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같이 취하는 정보도 줄이고 줄여야만 한다. 습관적인 정보 검색, 쓸데없는 지식정보 업데이트, 과도한 SNS 활동, 유튜브 중독 시청 등 우리가 줄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줄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생각보다 엄청 많을 것이다. 하루 종일 고단한 업무에 시달린 몸만 보살필 게 아니라 과다한 정보 스트레스에 과부하 걸린 우리 뇌에게도 쉼을 주어야 한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매를 위한 음식 다이어트도 필요하지만 맑고 쾌적한 뇌를 위한 정보 다이어트도 꼭 필요하다.
현대 정보화 사회는 가짜 뉴스와의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극적인 이야기로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일부러 거짓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가 쉽게 생성되고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가짜 뉴스 문제를 불러일으킨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그냥 뉴스 제공자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고 복붙만 남발하는 언론을 믿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언론의 위상과 권위는 무너진 지 오래이고, 언론사 입장에서도 Gate Keeper 역할을 감당할 환경도 능력도 상실한 지 오래이다(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불편하신 분은 그냥 무시하셔도 됩니다).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도 문제이지만 언론 사유(언론사주나 광고주의 입김에 의한 언론의 사유화) 문제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언론 기사도 쉽게 믿어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올해 세상을 뜨겁게 달군 챗GPT나 구글 바드와 같은 AI 인공지능(대규모 언어 모델)도 거짓 정보를 쏟아내기 일쑤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최근 어떤 심리학자의 실험 연구 결과가 궁금해서 챗GPT에 물어보니 매번 틀린 답 만을 내놓았다. 한 번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심리학 박사라면서 실험 연구를 설명하더니, 또 한 번은 미국 시카고 대학 심리학 박사라면서 또 다른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도대체 어떤 게 맞는 내용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옥석을 가려야 할까? 정답은 없다.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 또는 전문가 탐색, 그리고 찾은 정보에 대한 철저한 크로스 체크가 필수이다. 우리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발 품을 팔아야만 제대로 된 정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정보의 바다를 항해해 나가면서 풍랑에 휘말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심을 단단히 잡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인지 능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정보를 모두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신념이나 기대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을 찾고 취하려는 경향을 인지심리학에서 '선택적 지각'이라고 한다.
'선택적 지각'은 우리의 생각, 행동, 그리고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적 지각은 우리로 하여금 편향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선택적 지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념이나 기대에 도전하는 정보를 접하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편향된 생각과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진 :Unsplash의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