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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현 Feb 20. 2023

재난은 평등하게 오지 않기 때문에

매일노동뉴스 기고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2021년 9월에 작성된 기고글임). 전체 가구의 약 88%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가구소득 하위 88%에 해당하는 경우(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는 별도 기준을 적용,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9억원을 초과하는 등 제외기준 적용)에 해당한다. 이를 위한 예산은 11조원으로, 약 4천472만명이 지급 대상이다. 1인 가구 직장인의 경우 약 월 483만원(연소득 5천800만원, 건강보험료 17만원)이 기준점이라 한다.



88%에게 동일하게 25만원이 지급되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지 않다. 계속해서 직장을 유지하며 월 소득이 480만원인 사람에게 25만원의 의미와, 그보다 적은 소득 또는 무소득으로 코로나 시기를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25만원의 의미는 다르다. 보편적으로 지급했던 지난 재난지원금의 결과는 어땠는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지원이 되기에 충분했나? 재난지원금을 받은 모든 소득계층의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에 재난지원금을 사용했나? 기본소득이 진보적인 가치인지, 미래를 위한 대안인지 의문이다.



코로나 시기 동안 재난은 평등하게 오지 않는다는 말이 회자됐다. 미국 전 노동부 장관 로버트 라이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드러난 4계급을 <가디언>을 통해 설명했다. 첫 번째 계급인 원격근무로 일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두 번째인 필수노동자의 경우는 고용은 유지되나 여러 위험에 노출된다. 세 번째 계급은 무급휴가나 실직 등의 이유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뜻하며, 마지막은 노숙인·수감자 등의 사람들로 잊힌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코로나 전후에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25만원은 어떤 의미일까.



재난지원금과 보편·선별 논란을 보며 실업급여가 떠오른다. 실업급여는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서로를 돕기 위한 사회연대이지, 내가 낸 만큼 돌려받겠다는 적금이 아니다. 고용보험 가입의 의미는 타인이 실업으로 고생을 겪을 때 우리가 함께 모은 기금으로 그 사람을 돕고, 내가 계약만료나 해고 이후 일자리를 구할 동안 도움을 받는 것이다. 세금을 냈으니 나도 그만큼 보상을 받겠다는 건 사회연대가 아니다. 실업급여를 마치 적금처럼 생각하면 안 되듯이, 기본소득을 납세자의 권리로 이야기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기본소득과 2011년 무상급식도 다르다. 무상급식은 ‘교육’에 대한 것이다. 학교 급식은 학교생활·교육에 포함되는 범위이므로, 학교 급식비 지원은 공교육으로서 국가가 국민의 교육을 일정 부분 책임지겠다는 교육권의 일환이다. 무상급식은 기본소득과는 달리 ‘교육권’이라는 명확한 취지와 의미를 갖는다.



재난은 평등하게 오지 않으므로, 지원도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이 가야 한다. 지원금액이 평등하다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정책인 것이 아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이 가는 것이 평등을 만드는 데 더 일조할 수 있다. 뭐든 지원은 시행하면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원해서 안 좋은 일이 얼마나 있겠나. 문제는 모든 일은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시행함으로써 무언가는 재정적 그리고 행정적으로 시행할 수 없게 된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희망회복자금과 손실보상을 일부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대상 자격도 금액도 현실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1조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25만원이 더 가치 있게 쓰이는 25만원이길 바란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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