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코로나 이후 프랜차이즈 영화관에 간 건 처음이었다. 핸드폰으로 표를 예약하고 결제했다. 늦지 않은 저녁 시간대에 영화관에 도착했는데, 팝콘 매대는 닫혀 있었다. 상영관 안내와 영화표 체크도 없었다. 영화 시간에 맞춰 자율적으로 입장하고 좌석을 찾아 앉았다. 영화 예매부터 관람까지 내가 마주친 직원은 딱 한 명이다. 유일한 그 사람은 영화를 다 보고 나온 관객에게 쓰레기통 위치를 안내하는 직원이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줄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영화관에서 직접 마주친 직원이 한 명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만약 사람들이 알아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제대로 버렸다면 그 직원마저 보지 못 했을 것이다.
CCTV 등을 활용한 무인 시스템으로 경비 업무를 전환했을 때 이용객의 입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우려는 안전 문제다. 마찬가지로 영화관에 일하는 사람이 없어진 현재 상황에서도 이용객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지난해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인 CGV가 입점한 건물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영화관의 대피 안내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옥상에 있는 실외기 과열로 화재가 발생해 큰 연기까지 났지만, 관객을 대피시킨 건 직원이 아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라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로 직원 수를 감축한 탓에 매장 관리가 원활하지 않은 점이 대응 미흡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소방서와 CGV는 언론을 통해 ‘건물 내부에 문제가 없던 상황’이었고, ‘화재진압 등 건물관리자의 초동 대응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인력감축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를 불식하기는 어려운 해명이어다.
CGV에 화재가 났던 그맘때에 영국에서 뮤지컬을 보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영화관과 공연장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사고대응 방식 차이를 참고할 수 있다. 뮤지컬 관람 도중 직원들이 갑자기 나가라며 대피 안내를 해 건물 밖으로 신속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충분한 수의 직원이 각 층과 대피로에서 숙련된 행동으로 순식간에 많은 사람을 대피시켰다. 소방차가 도착했길래 불이 난 건가 했는데, 소방차는 금새 돌아가고 관객은 다시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었다. 화재가 아니라 패널에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있었던 것이고, 문제 없음이 확인됐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작은 일을 그냥 넘기지 않고 충분한 조처를 한 것에 안전함을 느꼈다. 충분한 인력이 시민 안전을 보장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서비스업종에서 노동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 일반이 아닌 예외가 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무인 운영과 비대면 운영으로의 전환이 일반화되고 있다. 우리집 근처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판매점, 간식 판매점, 밀키트 판매점, 정육점, 문구점, 심지어 반려동물용품점까지 생겼다. 키오스크는 이제 흔해졌고, 식당에서는 테이블의 태블릿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기계가 음식 서빙을 하는 곳도 늘고 있다.
무인 운영과 비대면 운영은 적응이 쉬운 사람들에게는 편리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절약된다. 도난 등 문제가 생겨도 인건비보다 적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편리하다는 이유로 안전 문제와 시스템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접근성 문제를 사소한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된다. 무인과 비대면 시스템을 도입할 때 적절한 안전 대책과 대응 방안 마련, 안전에 대한 인식과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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