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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하음 Sep 26. 2023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

정대건  <급류>

에세이만 주구장창 읽다 갑자기 소설이 읽고 싶어져서 구경하다 단순히 표지가 눈에 띄어서 손이 간 책이다. 담담히 연 책의 첫 장에는 소방서 구조대 반장 최창석과 진평으로 이사와 미용실을 운영하던 전미영의 시신이 같이 엉켜있는 채 부패가 진행되는 상태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은 소설을 오랜만에 읽는 내가 그래도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으로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이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으로 되돌아가 인물들의 배경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인연은 창석의 딸인 도담이 물에 빠진 미영의 아들 해솔을 구하려 냉큼 물에 뛰어들어 구하려다 같이 급류에 엉켜 위험해진 이 둘을 창석이 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도담과 해솔의 사이는 날이 갈수록 깊어가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진다. 도담의 엄마 정미는 병으로 병원에만 입원해야 하는 신세이고 아빠인 창석은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는데 도담은 창석의 직업이 위험한 직업인 만큼 아빠가 사고로 죽으리라는 불안을 항상 품고 있었다. 반면에 해솔은 아빠가 없었다. 이 내용이 책의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이 책 내용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사건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어린 나이에 둘은 적어도 그 당시엔 견디기 버거운 많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둘 사이는 더욱 단단해짐과 동시에 엉켜간다. 2005년에 시작해 2006년에 창석과 미영의 죽음이라는 급류를 만났다. 이후에도 이들은 급류를 만나고 또 헤쳐나가고 또 만나고 또 헤쳐나가며 2018년, 서로가 삼십 대에 들어서기까지 해솔과 도담은 서로를 무의식 중에서도 찾으며 세월을 흘려보낸다. 단순히 살인사건을 다루고 추리하는 소설인 줄만 알았던 이 책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설명하려 애쓰고 있다. 이 책에서는 여러 방면에서 본 많은 모습의 사랑을 표현한 문장들이 가득이다. 동시에 상처, 우울, 죽음, 외로움 등 형상화시키기 어려운 단어들을 표현한 표현 방식들도,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 정말 인상 깊었다.


주인공인 도담과 해솔 이 둘은


“도담은 어디에서도 사랑이라는 말을 듣기 싫었다. 누가 사랑이라는 치사한 말을 발명했을까. 자신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두 글자로 퉁치는 것처럼, 사기처럼, 기만처럼 느껴졌다.”


사랑을 외면하고


“해솔의 시계는 멈춰 버렸다. 죽음을 망각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구는 게 젊은이들의 특권이라면 해솔은 젊음을 잃어버렸다.”


그리워하고


“그때 생각했어.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탐구했으며


그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새로운 사랑에도 도전해 보다


다시금 서로의 감정을 또 다른 급류를 헤쳐 알아봤다


잘못 디디면 휩쓸리는 소용돌이 같은 삶에 두 사람은 서로의 받침대가 되어주었던 것이었고 마침내 둘은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하며 이 책은 마무리된다.


책에 빠져들어 하루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며 이야기 속에서 벌써 삼십 대에 들어선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어쩌면 인생은 사랑에만 집중하며 살기에도 아까울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사랑에 대해서만 논하는 사랑론은 아니다. 내용 중에서 도담과 해솔은 같이 지역 이름인 진평에서 큰 불행을 겪는다. 몇 해가 지나도 떨쳐낼 수 없었던 누가 봐도 큰, 그런 불행을 겪었다. 그래서 둘은 ‘진평’이라는 곳을 몇 년이 지나도록 갈 수도, 얘기를 꺼낼 수도, 그 때의 기억을 다시 상기시킬 만한 것들 조차 쉽사리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끝끝내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며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기까지의 성장담 또한 이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히려 난 이 성장담이자 사랑론인 <급류>를 읽으며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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