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리오 <어항에 사는 소년>
“자자. 내일은 없어” 뜻을 모르겠는 엄마의 한마디.
바로 그 날 영유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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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영향은 어디까지 아이에게 미칠까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아이를 먹이고 재워주고 돌봐주고 따뜻한 집에서의 보살핌과 아낌을 주는 것?••• 그럼 이런 것들의 기준은 누가 정할 수 있을까. 부모가 우리를 고를 수도 우리가 부모를 고를 수도 없다. 태어난 게 죄인 것도 아니고 낳은 게 죄인 것도 아니다. 어쩔 땐 삶은 그냥 어떠한 이유 없이도 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어항에 사는 소년>은 언뜻 보면 한 아이의 생만 비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부모에게서 학대를 당한 세 아이의 삶을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그렇지 않다면 해당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조차 이해도 못 할, 가려져 있어 쉽게 접근하기도 어렵지만 어디선가 지금도 비슷하게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집 안에서, 가정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것이 집 밖에서보다 더 위험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직 미성년자인 청소년이라는 부분도.. 이 아이들의 경우 부모로부터 위협을 받지만 부모로부터 아직 보호받아야 하는 나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학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것도 용기와 결심, 그리고 판단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받고 있는 것이 책의 주인공 영유처럼 인지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즉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이 책 주인공 영유는 떠돌아도 보고 구한다고 구한 집에 들어온 후부터도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자유를 잃은 채 갇혀있어야 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모든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 재미조차도 영유는 누리거나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엄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맞으면서도 미워하지 못하고 전부터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라 아예 다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하고 싶다는 욕망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자자. 내일은 없어” 뜻을 모르겠는 엄마의 한마디와 함께 시도된 엄마의 동반자살 시도는 영유의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인해 실패로 끝나며 둘 다 목숨을 지킬 수 있었고 그날로 영유의 인생엔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책에 나온 세 명의 아이들은 우연히 만났지만 그랬어도 끈끈한 관계를 맺고 서로의 상처를 공감하고 보듬어주며 서로를 잡고 다시 같이 일어선다.
“우리는 어항 속에서만 사는 물고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