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 Sep 30. 2023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던데

그 누구보다 엉덩이가 크다고 자부한다. 나는 아시아인 체형에선 쉽게 나올 수 없는 하체 골격을 지니고 있다.

슬프게도 엉덩이 크기는 책상에 앉아 있는 끈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말이다. 작업실을 거실에서 방으로 옮긴 것이 화근이었을까? 나름 생각해서 만든 공간인데 영 활용을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느껴졌다. 안 되겠다 싶어 방 구조를 바꾸는 것에 도전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기대한 어느 저녁날에.






책상과 소파를 이리저리 옮기고 땀을 흠뻑 흘렸다. 고된 작업 뒤에 얻게 된 새로운 구조의 작업실은 낯설지만 포근.


“ 앞으로 여기서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뭐든 해보지 않고선 모르지. ”


가능성을 향한 기대와 희망 같은 감정들이 뒤섞여 이날 밤은 쉽자리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번쩍 눈을 떠 제일 먼저 간 곳이 작업실이었다. 어제 내가 펼쳐 놓은 새로운 세상이 믿기지가 않아서.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본 사람은 안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듯한 이 기분을.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 공간이 만들어졌다. 상상에서 그칠 수도 있었던 이곳은 실재하는 곳이 되었다. 그것만으로 나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찬다. 자신감. 그 기쁨의 원천은 자신감이다. 뭐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공간에서 자라난 자신감에서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계속 무엇인가 만들며 살고 싶다. 부디 앞으로의 여정에 많은 창조의 순간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이제 더 오랜 시간 앉아 쓸 수 있겠지. 엉덩이 크기에 걸맞게.




작가의 이전글 매 끼니를 차려 내기는 포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