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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 Sep 15. 2023

매 끼니를 차려 내기는 포기다

최근, 식비로 지출되는 비용이 꽤 커졌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외식이 잦아졌다는 말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아무래도 음식을 차리기 번거로워서 배가 고파도 밥 먹기를 미루다가, 허기짐을 참지 못하고 포만감을 크게 느끼는 외식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예상할 수 있겠다. 사실 집 냉장고를 열어 보면 건강에 좋은 식재료가 항상 채워져 있다. 그런데 나는 배가 많이 고프면 이 음식이 먹고 싶지 않아 진다. 고기, 흰쌀밥, 찌개, 라면 같은 음식들이 당기곤 하는데 한번 생각이 나면 멈출 수가 없고 이 식욕은 쉬이 진정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보다 거의 20kg이 덜 나갈 시절에는 배가 고파지기 전에 시간 맞춰 음식을 섭취하곤 했다. 그것도 몸에 좋은 건강한 식재료 들로만. 그 습관을 거의 8년 정도 유지하며 관리를 하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일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때당시 하던 일이 체력적으로 버거워 챙겨 먹는 것이 귀찮아졌고, 배달 음식에 입을 몇 번 댔더니 그것이 습관이 돼 틈만 나면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부른 배를 두들기며 잠에 드는 내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맞는 옷이 없어졌다. 내가 입고 싶은 디자인의 옷이 내 몸의 사이즈로는 나오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래도 걸렸다. 단벌신사 수준으로 억지로 버티다가 결국은 올해부터 큰 사이즈의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의 옷을 사기 시작했다. 뭘 입어도 태가 나지 않아 만족스럽지 않았다. 헤어스타일 탓인가 싶어 잘라도 보고, 볶아도 보고, 다 해봤지만 결국 나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뭘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이따금 눈물이 났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싶어 괜스레 서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도저히 이대로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 배달앱을 삭제했다. 효과는 좋았다. 거의 1년째 우리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지 않고 있다. 무언가 먹고 싶으면 적어도 먹으려고 어딘가로 가는 정도의 성의는 보인다. 이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내겐 아주 큰 변화이고 희망으로 향하는 길처럼 느껴졌다. 매일 마시던 맥주는 무알콜 맥주로 바꾸고, 그것도 이제는 탄산수로 바꿨다. 아직 몸무게는 변화가 없지만 뭐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시 체중을 줄여 보자고 다짐을 했다. 이제는 외식조차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핵심은 배가 많이 고파지기 전에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 끼니를 매번 차릴려니 이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냥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감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린 결론은 밀프렙(meal-prep)을 냉장고에 만들어서 채워 넣는 방법이다.




샐러드야채,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병아리콩, 렌틸콩, 두부, 삶은 달걀, 닭가슴살, 통밀파스타 or두유면, 사과, 청포도

이렇게 담아봤다. 거짓말이 아니라 다 우리 집에 있던 식재료 들이다.

이 좋은 재료들을 놔두고 어제저녁 돼지국밥을 먹었다는 사실이 어쩐지 아쉬웠다. 조금만 일찍 움직였으면 좋았을걸...!





이제라도 마음을 먹었으니 잘 먹어보자 다짐하고 통에 담은 샐러드를 차곡차곡 냉장고에 쌓아두었다.

작은 통에는 드레싱을 담아뒀는데

홀그레인머스터드, 발사믹식초,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이렇게 해서 만들었다.



용기는 다이소에서 1.1L 3개에 2천 원짜리로 구입했는데 너무 만족이고, 소스통은 4개 1천 원이었는데 아쉽게도 뚜껑이 제 역할을 하는 제품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서 어딘가로  나갈게 아니라 단순 저장용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






이렇게 밀프렙(meal-prep) 8개를 만드는데 1시간 40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계산해 보면 한 끼에 12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으니 시간을 합리적으로 사용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이런 작은 노력으로 나의 외식이 줄고, 식비도 절약하고, 체중도 감량되는, 그런 이상적인 상황을 꿈꾼다.


매 끼니를 차려 내는 것을 포기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나 자신을 채찍질하곤 했는데 오히려 그런 완벽주의적인 생각이 나의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고 느끼기도 한다.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것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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