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의 결혼식 축사를 맡았다. 무슨 배짱인지 떨지도 않고 조곤조곤 잘도 말하고, 더불어 친구의 이름을 부를 때 눈물을 흘림으로 듣고 있는 모든 이에게 감동까지 선사해 버렸다. 전문 축사자라 칭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잘 해냈단 말이다.
그런데 평소 내 브런치를 지켜봐 오고 내 축사를 좋게 본 또 다른 친구가, 본인도 친구의 축사를 맡게 되었는데 조금 막힌다며 자신이 쓴 축사의 첨삭을 부탁해 온 것이다. 소정의 사례를 하겠다는 말과 함께.
시작은 블로그였다. 내가 찍은 사진과 그 사진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채워 나가면 되니 부담이 없었고, 또 재미있었다. 가끔 너무 감정적이 되어서 주절주절 늘어놓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블로그를 채워나가다 보니 글의 분위기라는 것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마음에 담아놨던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몇 편의 글을 저장하고 작가신청을 했는데 기쁘게도 한 번에 작가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게 바로 2023년, 올해 2월의 일이다.
10개월 동안 37편의 글을 썼다. 운 좋게도 요리에세이 글 2편이 다음 메인에 실려 총 4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경험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내 브런치의 구독자가 급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평점심을 찾고 계속 써 나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쓰고 있는 '매일매일'을 포함 매거진은 총 4개다. 끝맺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 프로젝트 들이지만,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유의미한 발자취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언젠가 끝맺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라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친구에게 축사 첨삭 의뢰를 받은 것은, 브런치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글쓰기'라는 것으로 돈을 벌 기회가 생긴 것이란 말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 연락을 받았을 때 마침 책상에 앉아 있었고 곧바로 제안을 수락한 뒤 첨삭에 돌입했다. 사실 잘 안 풀릴 것에 대비해 '해보긴 하겠지만 잘 안될 수도 있다'라고 말해두긴 했지만, 그 말과는 반대로 그때 나는 의욕에 불타올라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친구의 글을 빼고, 더하고. 괜찮은 축사가 완성되었다. 휴대폰 녹음기를 꺼내 전체적인 톤을 전달하기 위해 녹음을 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에게 파일을 전송했다.
감동받았다고. 고맙다고. 그리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례를 하겠다는 답장.
마음이 뭉클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글쓰기로의 수익을 처음 얻게 된 날이니 말이다.
말 그대로 0에서 1이 된 순간. 그 출발점을 찍어준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1이 더 큰 숫자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써나가야겠다고 다짐하는 밤이다.
어쩌면 오늘이 내 인생역사에 길이남을 날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