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샬럿 왕비>
브리저튼은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이다. 시즌 2까지 진행된 브리저튼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브리저튼은 영국 왕비가 무어인이고, 흑인들이 백인과 비슷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보며 장르가 판타지다 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브리저튼 외전, 샬럿 왕비는 그런 브리저튼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어인 왕비가 왕비가 되는 과정, 그리고 브리저튼 본편에서 언급만 되었던 왕, 조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샬럿 왕비는 독일 출신으로 약혼 계약을 통해 조지와 결혼하게 되었고, 조지는 망상증이라고 불리는 병에 앓고 있었다. 두 인물 모두 결혼을 거부하고 있는 와중에 서로를 만나 결혼을 하기로 한다. 샬럿에게는 망상증을 숨기고 지내지만 결국 들키고 서로를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샬럿은 가장 왕족 같은 모습을 보이며, 권위 있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혼식에 가는 샬럿은 코르셋이 왜 불편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왕족으로서 아름다움이라고 불리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불편함을 감수하는지 이야기한다. 자신의 어두운 피부색 때문에 공작 작위를 받은 흑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권위를 사용하고, 인간적인 삶을 위해 왕족의 권위를 버린다. 사랑과 조지를 보호하기 위해 권위를 이용하고 그 이용을 통해 민중을 위한 정치로 다가간다.
결혼 직후부터 샬럿 왕비의 든든한 최측근이 되어주었던 레이디 댄버리과 새로운 최측근이 되어준 레이디 브리저튼의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다. 태어난 직후 댄버리 경과 결혼하겠다는 계약에 팔려가 댄버리의 부인으로 평생 살아온 레이디 댄버리가 댄버리 경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댄버리의 죽음 이후에 공작 작위를 지켜내고, 사랑이 없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정원을 가꾸어 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브리저튼에서는 바셋의 고지식한 대모로만 나왔던 레이디 댄버리가 어떻게 그 공작 작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보여준 것이 좋았다. 레이디 댄버리와 레이디 브리저튼의 우정과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해서 교차해서 보여준 것 또한 좋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특성상 자극적인 부분을 빼고 가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샬럿 왕비는 성관계 장면이 매우 많은 것으로 충격을 주었던 브리저튼의 외전이다 보니 성관계 장면이 다분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요소로 사용하면서도 여성이 어떻게 성적 욕망을 표출할 수 있었는지를 그려낸 것이 좋았다.
이 드라마는 레이디 휘슬다운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이는 ‘브리저튼’ 속 샬럿 왕비의 이야기입니다. 역사수업이 아니라 사실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낸 허구지요. 필자가 취한 창작의 자유는 다분히 의도적입니다. 즐겁게 감상하시길.
이 목소리는 샬럿 왕비가 왜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주의적으로 읽힐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시대상에 맞게 사실을 재해석한 점에서 가장 완벽한 시대물이라고 생각했다. 브리저튼 외전, 샬럿 왕비를 사극이라, 배경이 옛날이라 어쩔 수 없다며 시대상에 맞지 않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창작자들과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