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타이머 맞추기

제한된 시간 속 자유라는 모순

by 책중독자 진진

퇴근하면 얼른 침대 위에 눕는다. 당연한 루틴인 듯 타이머를 맞춘다.

15분.

그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5분이 적당하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하루의 피로가 모두 침대에 녹아내린다. 그대로 깊은 잠에 빠진다.

띠디디디

얼마 뒤 경쾌한 알람소리와 함께 눈을 뜬다.

그럼 침대 위에서 기지개를 쫙 켜고 잠시 게으름을 피운다.

그러다 부엌으로 가 저녁을 준비한다.


타이머를 맞추면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맘 놓고 푹 잘 수 있어 좋다. 그래서인지 더욱 개운하다.


너무 많이 자도 머리가 멍해지고, 잠이 부족하면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기 일쑤인데

이 15분의 낮잠은 내게 많은 것을 준다.

아이들에게 한번 더 웃어줄 수 있는 힘을

자기 전에 글을 쓰고 잘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짧게 국을 끓이는 순간에도 적당하게 불을 낮춘 채 타이머를 맞추면 잠시 책을 읽을 짬이 생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날, 아이들을 깨우기 전 타이머를 맞추고

책을 읽기도 한다.


타이머를 맞추지 않으면 5분이 지났나, 10분이 지났나, 혹 시간이 너무 지나버린 건 아닐까 염려하며 시계를 보게 되니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타이머를 맞추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10분을 맞추면, 그 10분은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된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오히려 나는 자유롭다.


우연히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원진아 씨의 삶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고, 반갑게도 그분도 타이머를 맞추며 시간을 쪼개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즈음 제한된 시간 속의 자유라는 주제로 블로그에 타이머 맞추기와 관련된 글을 적은 적이 있던 나는 괜히 내적 친밀감 마저 들곤 했다.

정작 그분은 내가 누군지, 자기 얘기를 이렇게 적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을 텐데 말이다.

영상 속 원진아 씨는 외모도 당연 예뻤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은 더 예뻐보였다.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종종 대며 집안을 누벼댔다.

그게 꼭 나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자유라는 모순.이라는 타이틀을 떡하니 적어놓고 보니

남들 눈에는 하나라도 더 해보려 종종거리는 모습으로 보일 거라 생각하니 조금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 생활 방식이 좋다.

작은 시간도 쪼개어 쓰며 그 속에서도 무언가 해보려 종종 대는 내 모습이 말이다.

짧은 시간에 책에 푹 빠지는 시간이 좋고,

단잠으로 얻은 조금의 에너지로 이렇게 짧은 글이라도 쓸 힘을 얻을 수 있어 좋다.


나처럼 뭐든지 해보려 종종 대는 워킹맘이라면

지금 당장 타이머를 맞추고 무엇이든 해보라 권하고 싶다.

그것은 짧은 낮잠이든, 나만의 커피타임이든, 독서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고 편안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이 얼마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제한된 시간 속에 자유라는 모순


느껴본 사람은 알 텐데.

아, 이걸 혼자 글로만 쓰려니 뭔가 아쉽다.

이럴 때 "맞아요, 맞아. 정말 그래요." 하는 사람이 하나쯤 있었으면...


『오늘 밤은 쓰고 자야지.』Ep12. 타이머 맞추기. 끝.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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