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트킴 코치 Mar 05. 2023

틀어진 체형은 반드시 교정해야 하나?

사람을 자동차 수리하듯이 고치려고 하지 말자.

0. 서론


 재활 목적의 회원님이든, 웨이트를 배우러 온 회원님이든,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체형 교정'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어깨나 골반이 틀어지면 교정해야 하는지, 통증의 원인이 다리 길이 차이 및 측만 때문인지 등등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결론 먼저 말씀드리자면 체형은 1) 통증 및 기능 장애와 '상관 관계'일 수 있으나 '인과 관계'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며, 2) 단순하게 틀어진 자세를 되돌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이 자동차처럼 고쳐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1. 체형과 관련된 통념


 사실 인터넷, SNS, 유튜브 등에서 체형 교정을 강조하는 포스팅 및 영상이 많습니다. 이를 많이 접하는 현대인들이 체형에 대한 '강박'을 가지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죠. 아래는 저도 그렇게 들은 적이 있고, 많은 회원 분들이 생각하고 계셨던 체형과 관련된 '통념'에 대한 것들입니다.


-골반, 어깨 등이 틀어지면 몸 한쪽에 스트레스를 주어 후에 통증을 유발한다.

-라운드숄더는 추후 어깨 통증으로 이어진다.

-거북목은 추후 목 통증으로 이어진다.

-날개뼈의 움직임이 특정 기준이 부합하지 않으면 통증으로 이어진다.

-정적인 자세에서, 요추의 커브가 심하고,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진 골반 전방 경사가 특정 기준보다 심한 사람은 후에 요통으로 이어진다.

-다리 길이 차이는 요통 및 고관절 통증으로 이어진다.


골반 틀어짐은 이미 반드시 교정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2. 체형과 관련된 잘못된 통념을 타파하는 연구들


 책 [복잡계 관점에서 바라보는 움직임과 통증]에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이러한 견해(자세 비대칭이 통증을 유발한다)는 근거로 지지되지 않았으며 많은 경우 근거에 의해 가차 없는 반박을 받았다. 자세와 통증에 대한 무수한 연구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지지하지 않는다."


 아래는 반듯하지 않은 체형과 부상 및 통증과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연구들 중 '일부'입니다.


-321명의 대상자들을 허리 통증이 심한 사람, 중간 정도 되는 사람, 통증이 없는 사람으로 나누어 요추의 전만, 다리 길이 차이를 비교했을 때, 세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45세 이상 107명에서 목 통증과 목뼈 곡선 간에 연관성이 없었다.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600명에서 척추의 곡선, 골반 경사, 다리 길이 차이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서 있는 자세에서, 골반의 전방 경사, 요추의 커브, 복근의 기능과 자세 정렬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실하지 않다.

-어깨 통증이 있는 그룹과 없는 그룹 간의 머리 및 어깨의 위치는 차이가 없었다.

-특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날개뼈의 움직임은 운동이상증이 아닌 개개인의 다양성일 수 있다.

- 자세가 어깨의 과사용으로 인한 부상과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했고, 건강한 그룹과 부상당한 그룹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3. 사람을 자동차처럼 보지 말자


  어디가 불균형하다며, 틀어진 걸 바로 잡아야 안 다친다고 겁을 주고, 어디 근육은 키우고 어디 근육은 늘리며 교정을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법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 평가를 통해 틀어진 체형으로부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흔적 정도는 얻을 수 있으나 사람의 체형을 자동차 수리하는 것과 같이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애초에 골격의 모양과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며, 좌우 대칭인 경우도 드물다고 합니다. 습관 등으로 인해 좌, 우의 근력이 차이가 나기도 하며, 운동을 할 때 좌, 우 근력이 오차가 크지만 않다면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도 없지요  자동차와는 다르게 사람은 '신경계'가 있고, 사람의 몸은 운동뿐만 아니라 '평생에 걸쳐' 일상생활 및 습관에 '적응'을 합니다.


 결국 체형은, 개개인의 일대기에 걸친 적응의 결과이며, 근육과 인대 등의 조직들은 내 체형을 디폴트로 하여 잘 움직일 수 있게 세팅이 되어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해부학적으로 제한이 되거나 역학적으로 손해가 심해지는데도 하염없이 적응을 하진 않습니다.


 해부학 책에 기인한, 대칭성을 통해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행위는 '가소성에 의한 평생에 걸친 발달 및 적응'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죠. 또한 안정화 근육들은 안정화 역할을, 표면 근육들은 큰 힘을 내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체형 교정과 기능 향상을 위해 안정화 근육들 마저 보디 빌딩처럼 무작정 강화하려고 하니, 이러한 중재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큰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4. 체형의 강박에서 벗어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제가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의 몸과 운동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시는 코치, 트레이너, 강사님들께서는 틀어진 체형을 무조건 원래대로 돌리는 것 자체보다는 지속적인 운동을 통한 근력 및 신체의 기능 향상을 도모하며, 체형은 이에 맞게 '개선'되는 것을 도모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체형이 반드시 대칭 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다면, 체형과 부상 사이의 인과 관계과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운동을 하며 내 체형으로 인한 부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틀어짐'을 이유로 운동을 할 때 겁이 난다고 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았는데, 다들 이러한 점들을 알려드리고 열심히 웨이트 트레이닝 배우시면서 만족하고 가셨습니다.


플라세보 효과의 반대되는 효과를 노시보 효과라고 하죠? 어떻게 보면 운동을 가르쳐준다는 사람들이 체형의 대칭성을 이용해 운동에서 노시보 효과가 나타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5. 참고


1. Todd Hargrove. 복잡계 관점으로 이해하는 움직임과 통증


2. Jason Silvernai and Ben Cormack .(2017). The Corrective Exercise Trap


3. Kevin J. McQuade, John Borstad, Anamaria Siriani de Oliveira, Critical and Theoretical Perspective on Scapular Stabilization: What Does It Really Mean, and Are We on the Right Track?, Physical Therapy, Volume 96, Issue 8, 1 August 2016, Pages 1162–1169

 

매거진의 이전글 운동 전 스트레칭에 대한 허와 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