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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킴 코치 Mar 29. 2023

코어 근육의 근력이 부족해서 문제일까? 정말로?

피아노 잘 치려고 손가락 푸시업을 할 건가

0. 서론


 유튜브, SNS 등을 보면 '코어 근육들이 약하니' 몸을 보호하지 못해 허리가 말리거나, 몸을 지탱하지 못한다고 말을 합니다. 또한 일상에서 허리가 아픈 이유 역시 코어 근육들이 약해 내 척추를 보호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말을 많이 하죠. 그래서 '코어 근육들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을 합니다.


 중요하거나 약하다고 생각하는 특정 코어 근육들을 선택적으로 강화하려고 하거나, 코어 근육 무리 강화 목적으로 복부가 찢어질 정도로 운동을 시키기도 합니다(예: 한계까지 플랭크 버티기). 또한 일상에서 무언가를 들거나 할 때 배에 힘을 주라고 하거나 무조건 허리를 펴고 앉으라고도 많이 하죠.




1. 코어가 무조건 강해야 한다는 통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


 하지만 코어(심부) 근육들이나 복근이 강해야 한다는 통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점들이 있는데, 아래의 경우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요통이 있는 사람들은 허리를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심부, 표면 근육들을 더 강하게 수축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 걸을 때는 복부 근육들이 자발적으로 수축할 수 있는 정도의 약 5% 정도만 수축하고, 서 있을 땐 이보다 덜 수축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코어 근육이 약하길래 아픈 거지? 


-임산부는 출산 후 늘어난 복근들이 최소 4주는 지나야 원래 길이로 돌아간다. 느슨해진 복근은 힘을 내지 못해 허리를 보호하기 힘들겠지만 대다수의 임산부들이 출산 후 1주 이내 허리 통증이 개선되었다는데?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요? 아래에는 좀 더 자세히, 무조건 코어 근육들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2. 코어 근육들이 항상 강하게 수축하는 건 오히려 척추에 압박력을 가한다.


 우선 몸통의 보호는 심부, 표면 근육들의 '동시 수축(co-contraction)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서 매 순간마다 어느 근육만 수축하고, 어느 근육은 이완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심부, 복부 근육들을 강하게 하여 허리를 보호하는 것, 일상에서 배에 힘을 주는 것들은 모든 근육들을 수축시켜 몸통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는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심부 근육의 수축으로 허리에 압박이 가해지는 사진


 하지만 뭐든 과하면 좋지 않다고 하죠? 이러한 몸통 근육들의 강한 동시 수축은 척추에 압박력을 가하게 됩니다. 근육들이 부하를 흡수 및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매 순간 주변 근육들이 강하게 수축하고 있으면 척추가 불필요한 압박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며, 근육들의 과긴장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3. 우리의 신경계는 무의식적으로 몸통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근육을 보디빌딩처럼 '의식적으로' 강화하려고 한다.


 만약 운동 수행 시 몸이 흔들리거나 허리가 아픈 경우, 코어가 약해서 아픈 게 아니라 조화를 못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쉽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몸통의 보호는 수 십 개의 근육들의 활성화 타이밍, 지속 시간, 근력, 근 길이, 협응 등 복잡한 상호작용을 요구합니다. 이는 저항 운동처럼 단일 근육을 강화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죠. 저러한 상호작용은 자동차 부품을 바꾸는 것처럼 단순하지가 않아서, 어떤 근육을 단순히 강화하면 저러한 상호작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매우 안일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시를 들어볼까요? 빠른 템포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 피아노를 빨리 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손가락이 문제이니 손가락 푸시업을 해서 손가락을 강하게 하는 게 연주와 관련이 있을까요? 이 예시는 실제로 제가 참고한 'The Myth of Core Stability'라는 논문에 나와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단일 심부 근육들을 의식적으로 수축할 수 없듯이, 위와 같은 체간의 보호는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조절이 된다는 것입니다.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그런데 이러한 무의식적인 조절을 '의식적으로' 배에 힘을 주면서까지 하려고 하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임산부의 경우, 복부 근육들의 느슨함으로 인한 보상을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등이나 엉덩이 등의 표면 근육들의 활성도를 높여 체간의 안정화가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4. 그렇다면 몸통의 보호를 위해선 어떻게 운동이 진행되어야 하나?


 즉, 최근 코치나 강사들은 <심부 근육들을 무작정 강화하는 것이 아닌, 과제를 수행하며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보호 되게> 하려고 합니다.


 몸을 공부하는 코치나 강사들은 전이(transition) 및 특이성의 원리에 따라 대상자의 일상이나 스포츠 상황에서 운동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예시를 들어볼까요? 몸통의 회전이 필요한 골프 선수가 허리 통증으로 찾아왔는데, 몸통을 고정해야 하는 플랭크를 진행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코어 근육들이 힘을 잘 써서 강화되는 것 같지만 엄연히 몸통을 고정할 때만 힘을 잘 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스윙을 할 때도 몸통이 플랭크를 할 때처럼 견고하다면 뻣뻣하고,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어지는 골퍼가 될 것입니다.


정말 단순하게도, 일반인 분들의 경우 웨이트 트레이닝이든 필라테스든 훌륭한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대로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시면, 코어 근육들은 무의식적인 상황에서 잘 쓰이게 됩니다.



5. 세 줄 요약

-코어가 약해서 아픈 게 아니라 조화를 못 이루는 것이다.

-우리의 신경계는 무의식적으로 몸통을 보호할 수 있다.

-전이와 특이성을 고려해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운동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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