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D-1
쓸 얘기들이 많지만 그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지금 나의 기분을 기록하고 싶어 바로 브런치를 열었다.
한번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번 울고 싶다는 욕구가 느껴졌다.
갑자기 많아진 시간에 인스타 사진/그래픽 계정을 업로드 한다는 핑계로 매일매일 인스타 속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출국 준비로 가방을 싸고 마지막 만찬을 즐기던 중, 밖에는 시원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으며 같이 보던 유튜브를 끊어내고 식탁 정리를 하자마자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헤드폰을 끼고 종현의 하루의 끝을 들으며 내 방 탁 트인 베란다로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있는 산들에 자욱하게 안개가 꼈고 앞에 있는 큰 나무들은 흔들렸다.
소나기가 주는 여름의 분위기가 있다. 전혀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나의 한해를 싹 정리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 프랑스는 5-6월에 학년이 끝나는 시스템 ) 딱 나의 1년을 수고했다고. 이렇게 비우고 다시 채울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해주는 것 같았다.
잘 보이지 않던 비들을 눈으로 관찰하다가 손을 내밀어 비를 느끼고 싶었다.
불규칙적으로 느껴지는 감각들, 그러다 큰 물방울의 힘도 느껴보고. 나는 참 뿌듯하고 행복했다.
햇빛이 밝고 예쁜 날씨가 아니여도 소나기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역시 모든것은 가까이 보면 예쁘다 라는 말은 맞다. 수고했어요 고생했어요 라고 말하는 종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많은 선택을 했던 이번년도, 이제 놓아줄 시간이 온 것 같았다.
나는 이제 더이상 미래의 것에 많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왜냐면 또 잘 걸어갈 것을 알기에. '잘'이라는 것은 평탄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멈추지 않을 뿐, 나는 주어진 것을 계속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벌리며 새로운 사람들을 또 만날 것이다. 그렇게 지금을 즐기고 감사하며 순간들을 기록할 것이다.
지금 이 비를 또 보고 있을 많은 사람들. 각자의 고민으로 잠 못드는 사람들. 사랑과 감사안에서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등. 그저 모두가 지금의 살아있음을 잊지 않고 잘 걸어가길 바라는 기도를 했다.
이 글을 볼 여러분들도 그러길 바랍니다.
항상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