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래픽 실장님은 만화광이다.
나는 서울에 있는 그래픽 스튜디오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두분의 실장님이 계신데 한분은 만화를 엄청 좋아하시고 또 한분은 영화를 엄청 좋아하신다. 디자인 업계에 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것들이 확실히 있어야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가는데 더 유리한것은 확실하다.
나의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표현방법이다. 다음 글에 자세히 적겠지 만 나만의 연출, 표현이 참 어렵다.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기 보다, 그것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재미 나게 연출을 하고 그 부분이 잘 보이게 조물조물 해야되는데 난 참 많이 부족했다.
영화를 미친듯이 좋아하고, 연출법들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내 시각적 표현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갑 자기 내가 무채색으로 보였던 적도 있다. 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의 대표적인 예시는 '만화'이다.
같은 문장을 얘기해도 어떤 주인공이, 어떤 표정과 대사로 애기를 하는지. 심지어 말풍선의 선들에 따라 이 사 람의 속마음인지 안내방송인지 등 각각전달하는 느낌이 다르다. 예전에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만 화는 2D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의성어, 프레임 모양 등을 활용해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이렇게 만화에 대한 새로운 면을 알게 되면서 의식적으로 웹툰이나 만화를 더 챙겨보고 그 작가만의 표현 방 법을 보려고 하고 있다. 우연히 밀리의 서재에 '바빌론 사람들의 돈 버는 지혜' 만화 버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독을 시작했는데 읽던 중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왜 그동안 만화를 선호하지 않았는지.
1. 시선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다.
책을 읽는 경우 우리는 그저 위에서 아래로 읽어내려가면 된다. 그러나 만화는 한 페이지에 사이즈가 제각각 인 틀들이 있고 틀안에 다양한 정보가 있다. 그 모든 것을 읽기 위해서는 나의 눈이 옆으로도 갔다가 다시 위 로 올라가기도 하는 등 계속 이동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2. 정보가 너무 많아서 버겁다.
물론 표현이 더 생생하고, 시각적으로 읽어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택스트를 읽기만 하는 책과 달리 만화에 는 텍스트도 읽어야 되고, 같은 텍스트이지만 덜 중요한 의성어 / 소리 들이 있고 또 장면들을 표현한 그림들 과 기호들이 있다. 한 프레임안에도 많은 정보가 있는데 더 읽어야 할 프레임들은 남았고 나는 아직도 한 페이 지를 넘기지 못했다.
3. 여백이 많이 없다.
만화책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읽은 만화책에서는 여백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에도 읽기 편한 글자 사이즈, 행간 간격, 길이 들이 존재하듯 적절한 여백은 필수다. 그러나 만화책은 사실 텍 스트만 읽어내는 책은 아니고 이 작가의 연출 표현까지 읽는 재미가 있기에 여백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치 만 나는 한 페이지에 쉼이 있는 책을 좋아하고 눈에 피로도가 쌓이지 않는 것을 지향하기에 만화책의 페이지 들은 가끔 숨이 막힐때가 있다.
그래도 만화를 보며 하나의 문장을 어떻게 한 컷에 표현했는지를 읽어내는 재미는 분명히 있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업으로 갖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배울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많은 연출과 표현 남법들을 내가 알아야 나의 무기를 쌓을 수 있고 내 표현 연출이 더 풍부하고 단단해질테니까.
( 호흡이 짧은 만화들을 보면서 연출 공부용으로 시간을 투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