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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을 Nov 17. 2023

한국어를 공부하는 한국인

한국어 단어장이 생겼다.


그거 아세요?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단어가 많은 나라라는거. 


물론 검증되지 않은, 정확하지 않은 자료라고 한다. 듣기로는 북한말이랑 합쳐진 개수라고 하는데 그래도, 그만큼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어릴적을 생각해보면 누군가는 나보고 꼬투리 잡기의 달인이라고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의 뉘앙스나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상황 파악도 빠르게 되었고 그 사소한 표현들이 잘 들어왔다. ( 아, 학생시절때 국어를 잘하지는 않았다.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들도 거침없이 했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거라면 일단 말은 해야했다. 그래서 좀 더 생각하고 말하자! 를 자주 나에게 주입했는데 이러한 점은 유학와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다. 생각하는대로 말을 못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최대한 아는 단어로 표현하고 간결하게 말하게 되었던 것 덕분에 누군가의 말을 듣고 차분하게 곱씹어보는 여유를 조금 갖게 되었다.


언어는 정말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외국으로 혼자 여행을 다니는 이유도 영어가 가능하니까. 소통이 되기에 겁 없이 다니고 낯선 이들과 소통하고 얘기할 그 설렘을 갖고 여행을 나선다. 이번 런던에서도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과 영어로 얘기하다가 불어를 조금 하는 아주머니와도 불어로 얘기하면서 언어의 재미를 또 한번 느꼈다. 


그렇게 내 핸드폰 메모에는 프랑스어 / 영어 단어장이 있다. 영어는 항상 기본이니까 새로운 표현과 단어들을 추가하고 프랑스어도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또 다른 섹션을 추가했다. 바로 한국어다. 내가 어떤 단어를 쓰는지에 따라 나의 이미지가 결정되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풍부할 때 비로소 더욱 진심으로 말을 전달할 수 있다. 과연 난 나의 모국어를 잘 표현하고 있을까. 나의 어휘력은 한국인으로써 딱 그 정도인 것 같다는 생각에 내 모국어를 더 배우고 싶어졌다. 


유명인사들의 인터뷰를 보거나 좋은 전시를 보면 어려운 어휘들이 나온다. 예전에는 왜 굳이 어려운 단어나 한자가 섞인 단어를 쓸까 했는데 이제는 그 어려운 단어들을 알고 있는 상태로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것이 더 지혜롭다고 느껴진다. 몰라서 안 쓰는것과 아는데 안쓰는 것은 다르니까. 


나는 우리반에서 유일한 외국인인데 반 친구들과 놀면서 너네들은 내가 못 알아들으면 설명해주는게 번거롭거나 힘들지는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모두가 아니라고 오히려 어떻게 설명할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할지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 물론 이건 아주 모범적인 답이고 자주 묻거나 상황이 급할때는 누가봐도 귀찮아하는 표정 짓는 친구들도 있다. )


다른 언어를 공부하는건 당연한데 왜 모국어는 더 내가 깊게 파헤치지 못했을까. 한국어를 제대로 더 공부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요즘 어휘력이나 나의 독해력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국어사전을 더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단어씩 추가되는 나의 한국어 단어장을 보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한국어 단어장이라니. 기분이 묘하지만 오히려 한글로 써있는 단어장이라 더 머릿속에 잔상이 잘 남는다. 




" 저 요즘 한국어 공부해요. 


한국어로 나의 생각을 더 지혜롭게 전달하고, 풍부하게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 미묘한 차이도 한국어로 치환할 수 있고 생각들을 깔끔하게 내뱉을 수 있습니다.



더 잘하고 싶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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