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3대 복 중의 하나, 스승복
얼마 전, 대학교 시절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다.
이제는 퇴직하시고 지역센터에서 여전히 가르침을 베풀고 계시는 스승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가슴이 울렸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 아이 둘을 육아하며 책을 펴고 앉아 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먼 나라 이야기였다. 좋아하는 여행책 한 페이지를 제대로 넘겨 볼 수가 없었고, 내 머릿속엔 매일 아이들 반찬 고민으로 가득 차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요리도 못하면서.
그런데 언제 키우나 했던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첫째는 무려 초등학교 입학을 했다. 여전히 두 아이들 픽업과 반찬 고민으로 바쁜 나날들이지만 시간적 여유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에 공부했던 책과 전공서적을 들춰보기도 하고, 새로운 분야의 공부와 글쓰기를 하며 뭔가 벅차오름을 느꼈다. 교수님의 그 말씀이 다시 한번 가슴에 되새겨졌다.
"졸업 후에도 손에서 책을 놓으면 안 된다."
지난 5월 스승의 날.
같은 지역에 살고 계시지만 나의 결혼식 이후로 뵙지 못하고 있는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과 대학 때 지도교수님이셨던 또 다른 스승님께 연락을 드렸다. 아이들 키우는 게 첫째라며 건강 잘 챙기라고 해주시는 영원한 나의 고2 담임 선생님. 지금은 잠시 미국에 머무르고 계시다며 아직도 20대 초반 성실하게 수업 듣던 나의 모습이 생생하시다고 말씀해 주시던 이영애를 닮은 나의 롤모델 교수님. 마흔이 넘어 다시 어린이 영어교육 수업을 들으며 공부와 더불어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시는 스승님.
"덕분에 지금의 저도 있는 것 같아요.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둘째 출산 후, 몇 년 간 쉬던 일을 작년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직은 주중에 짧게만 일을 하고 있는데 나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내 아이를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이런 마음일까? 요즘따라 아이들이 더없이 예뻐 보인다. 또한 더 진심으로 다가가는 선생님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해 본다.
살아가면서 참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인데 특히, 아이들이 기관과 학교에 다니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여간 축복받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스승님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넝쿨째 굴러들어 온 복이다.
그리하여 내 마음대로 만든 인간의 3대 복.
먹을 복, 인복 그리고 스승복!
생각하기에 나는 먹을 복이 참 많다.
또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늘 든든하다.
게다가 좋은 스승님들까지 계시니,
이 얼마나 기쁘고도 복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