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선물
지옥과도 같은 연말과 새해 며칠을 보내고, 다행히 서울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또 7년 같은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내가 더 강해지고 담담해져야겠다는 생각이 솟아오르던 시간이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집안일 몇 가지만 해도 금방 반나절은 지나갔을 터인데, 어찌 된 일인지 한 시간이 5배는 느리게 가는 것 아니겠는가.
드디어 D-day.
아침 일찍 남편과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서둘러 서울 병원으로 출발했다. 두 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 내내 남편과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할 뿐. 병원에 도착해 진료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이마에는 송골송골 이슬땀이, 손에는 진땀이 났다.
드르륵.
"........."
"선생님, 괜찮은가요?"
"음, 다행히 종양의 크기가 크지 않고, 추적 관찰하면서 지켜봅시다."
"암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네"
어쩌면 암은 아니라는 그 한마디를 듣고 싶어 기다렸는지 모른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고작 보름 남짓한 시간에 일어난 이 모든 일들.
그렇지만 그 사이 무려 해가 바뀌어, 나와 남편은 어깨 위에 나이 한 살의 짐을 더 얹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료실을 나와 몇 분간은 멍하니 서 있었다.
첫 진료 예약을 하고 난 후, 안 사실이지만 남편이 진료받았던 의사 선생님은 췌장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제일의 명의이셨다.
나를 동생처럼 여겨주시는 큰 언니와 같은 지인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미 그 의사 선생님을 진료 예약했다는 것부터 좋은 징조야.
그리고 기도가 그대로 이루어진 거네."
남편은 회사에 짧은 휴직을 내고 일에서 벗어나 마음껏 쉬고, 먹으며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틈틈이 운동도 겸하며 점차 건강을 회복했다. 건강과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한번 느끼며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진 건 덤. 우리는 아이들을 등원, 등교시키고 동네 맛집 투어부터 종종 근교 산책을 함께 하며 점차 몸과 마음이 건강해짐을 느꼈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올여름, 6개월 만의 정기검진을 위해 다시 서울 병원으로 향했다. 특이 증상은 없으나 만약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추적검사를 해보자는 긍정적인 소견을 듣고 돌아왔다. 문득 잠시 쉬어가며 나 자신과 건강을 돌아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경험이자 인생을 깊이 배울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남편이 복직을 해 다시 출근을 했다.
오늘도, 남편과 우리 가정을 위해 화살기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