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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ung Jun 26. 2024

행복한 10살 어린이

느리지만 깊이 생각하는 아이.

둘째 아이는 야무진 첫째와는 달리, 느리고 열심히 하는 것도 없어서 늘 걱정이었다. 그의 전적을 살펴보자면...  5살 때는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몇 달을 문 앞에서 드러누워서 심리상담센터까지 찾아갔었다.(전혀 문제는 없었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한글을 못 떼서 한글 공부방에도 보냈지만 여전히 한글을 떼지 못하고 입학했다. 2학년 때 구구단을 외우면서는 '구구단' 소리만 나와도 눈물을 뚝뚝 흘리는 바람에 결국 3학년이 되어서야 마스터했다.


느림에 관해서는 화려한 전적의 둘째는 마침내 행복은 그 누구보다 먼저 찾아낸 듯했다.


"엄마, 나는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초등학교 3학년 우리 둘째가 어제 느닷없이 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나는 여행도 많이 가고, 제주도에 살고,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왜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은데?"


"나는 게임을 주말에 한 시간만 하잖아."


우리 집은 아이가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주말에만 1시간씩 게임할 수 있게 규칙을 만들어 놓았다. 요즘 방과 후 운동장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둘째는 규칙을 지켜야 하니 친구들이 하는 게임을 자주 구경'만'하곤 했다.


친구들이 하는 게임을 보며 얼마나 하고 싶을까 마음이 쓰이던 차에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다니.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행복이라는 것을 아는 10살 어린이,

너 쫌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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