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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에버영 Sep 11. 2024

내가 인스타그램을 그만둔 이유

이게 바로 갓생이구나

SNS에 많은 시간을 사용했었다.

일상에 생기는 작은 빈틈마다 (자동 입력된 프로그램처럼) 인스타그램 어플을 눌렀다.


어떤 때는 내가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 모든 게 이루어지고 '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고?' 할 때도 많았다. 내가 찾고 있는 정보가 그곳에 다 있을 것 같았고, 지인들과 연락하지 않아도 그들의 삶을 함께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 삶도 누군가에게 전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나, 남에게) 내 삶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다시 일상에서 인스타용 사진을 찍고, 편집을 했다.


인스타그램은 글보다는 사진이나 영상처럼, 보이는 게 더 중요한 플랫폼이다. 그래서 어느 SNS보다 더 자극적이고 더 화려했다. 솔직한 글을 쓰고,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길 좋아하는 나에게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지속했던 이유는 블로그로 수익화를 이루었던 경험 때문이었다. 각 잡고 일처럼 하지 않는 이상 인스타그램 수익화는 어려웠다. 그럴수록 더 오랜 시간을 쏟았다.


어느 날처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려는데 불현듯이 '이게 자랑처럼 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 삶이 부러워 보이지 않길 바란다. 내가 그렇듯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공평하게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기 때문이다. 그 길로 바로 인스타그램 어플을 지워버렸다.


어플을 지운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리고 한 달 전의 나를 진심으로 칭찬한다. 프레임 안에 들어있을 때는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다. 프레임에서 나왔을 때 비로소 모든 게 보인다.


나도 모르게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만드느라 현실의 순간순간을 지나쳐버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던지고 나는 조금 더 깊이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이게 바로 이 시대의 갓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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