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갓생이구나
SNS에 많은 시간을 사용했었다.
일상에 생기는 작은 빈틈마다 (자동 입력된 프로그램처럼) 인스타그램 어플을 눌렀다.
어떤 때는 내가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 모든 게 이루어지고 '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고?' 할 때도 많았다. 내가 찾고 있는 정보가 그곳에 다 있을 것 같았고, 지인들과 연락하지 않아도 그들의 삶을 함께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 삶도 누군가에게 전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나, 남에게) 내 삶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다시 일상에서 인스타용 사진을 찍고, 편집을 했다.
인스타그램은 글보다는 사진이나 영상처럼, 보이는 게 더 중요한 플랫폼이다. 그래서 어느 SNS보다 더 자극적이고 더 화려했다. 솔직한 글을 쓰고,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길 좋아하는 나에게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지속했던 이유는 블로그로 수익화를 이루었던 경험 때문이었다. 각 잡고 일처럼 하지 않는 이상 인스타그램 수익화는 어려웠다. 그럴수록 더 오랜 시간을 쏟았다.
어느 날처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려는데 불현듯이 '이게 자랑처럼 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 삶이 부러워 보이지 않길 바란다. 내가 그렇듯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공평하게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기 때문이다. 그 길로 바로 인스타그램 어플을 지워버렸다.
어플을 지운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리고 한 달 전의 나를 진심으로 칭찬한다. 프레임 안에 들어있을 때는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다. 프레임에서 나왔을 때 비로소 모든 게 보인다.
나도 모르게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만드느라 현실의 순간순간을 지나쳐버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던지고 나는 조금 더 깊이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이게 바로 이 시대의 갓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