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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련나무 Jun 19. 2024

어른이의 꿈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아줌마, 아줌마는 꿈이 뭐예요?"


지난 글에 썼었던 송도 친구에 집에 머물 때, 다람쥐 같이 예쁘게 생긴 친구의 딸이 나에게 물어본 질문이었다.


마음도 예뻐서 나를 배려한다고 처음 본 나를 슬며시 보며 "이모~"라고 부르던 그 아이에게 나는 "아줌마"라고 불러도 된다 했다.


그 아이에게 받은 저 질문은 내가 30살이 넘은 이후 받은 질문 중 가장 참신했다. 나에게도 꿈이 있느냐고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게 생계나 현실적인 부분을 놓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내 꿈을 물어봐준다는 게. 나는 너무 신기했다.


이런 질문을 받을 줄 몰랐던 나에게- 난 뭐라 답을 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머릿속에. "꿈?"이라는 단어와 함께 하얀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커서만 깜빡대는 화면이 떴다.


대체 난 뭐가 하고 싶었던 걸까. 뭐가 되고 싶은 걸까.


그렇게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도리어 그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아줌마가 뭐가 되면 좋겠니?"


아이에게 할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 아이가 뭐라도 대답한다면 그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물었다. 이런 아이가 골라주는 답이라면 정말 해보고 싶어질 것 같았다.


유감히도 아이는 "백수요"라고 말했다. "아줌마는 이미 백수인 걸~. 이미 다 이뤘으니 아줌마는 꿈이 없네."


이미 백수인 아줌마는 그렇게 밖에 그 아이의 신선한 질문에 창의적인 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 차례다.


눈망울이 반짝이는 아이에게 "너는 꿈이 뭐야?"라고 물어봤다. 아이는 나에게 꿈을 이야기해 줬다. 그 꿈을 이루려면 뭘 잘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지도 아이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여쁜 꿈이어서 나는 마음으로 이 아이가 성장해서도 그 일이 꿈이라면 이뤄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꿈을 통해 아이가 진정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그런 환경과 보람이 있기를 바래보았다.


나는 "어른이"이다. 어른+아이. 어른아이. 즉 어른이.이다. 아마, 대다수가 어른이 이지 않을까. 우리는 죽을 때까지도 어른이 되지 못할 것이다.


순수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그냥 삶에 대한 명확한 해답도, 순응도, 변화도 일으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건 인간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그날의 일을 뒤로하고, 며칠 뒤에 나는 책을 읽다 내가 무엇을 꿈꾸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게 "꿈"이라면 잊지 않고 또렷이 바라보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함은 내가 꿈보다 앞서서 생각하는 "현실"이 지금은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잊어버리고 있던 나의 꿈은 "대단한 소설책을 낸 진정한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여전히 많은 제약들이 있고, 죽을 때까지 꿈으로만 남을지 모르지만. 노력여하에 관계없이 꿈을 가지는 건 내 자유이니 그런 것으로 하자.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읽었고, 그 이후에 KBS다큐에서 이 분의 인터뷰를 보면서 처음 브런치 스토리에 작가 심사를 넣었던 기억이 났다.


나는 그때 나와 남편의 아픈 시간들을 남겨 나와 남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큰 용기를 낸 일이 바로 이 브런치 스토리 작가 응모였다.


그 이후 여러 일들을 겪고 깨달으면서 그 결의는 흐릿해졌다. 아직도 내 글 중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가진 글은  "췌장암 진단을 받기까지 2"이다. 좋아요-의 하트수는 많지 않지만, 조회수만큼은 압도적이다.


브런치 스토리의 통계 항목을 볼 때, 가슴 아픈 것은. '검색어'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검색어로 내 글에 들어왔나 통계가 나오는데, 그게 암투병과 관계된 검색어가 하루에 한 개 이상은 꼭 있다.


아마 그 마음 아픈 검색어가 그 글에 가장 많이 걸려서 조회수가 압도적이지 않나 짐작해 본다.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검색했을지 알아서.. 내 글들이 더 다듬어졌었어야 했을 텐데, 나는 쓰고 그 글들을 더 손을 보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퇴고를 하면 그때의 날 것의 감정과 기록이 오히려 미화되고, 순화될 것 같아서 그냥 그때의 최선에 책임을 남겨놓았다.


다시 돌아와서- 최근에 이민진 작가의 데뷔작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이라는 파친코의 2배 분량이 될법한 책을 3/4 정도 읽었다. 보면서 사실 나는 파친코 보다 이 책이 더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특히 각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묘사와 이입은 그리고 설레이는 사건들은 읽는 동안 그 깊이에 몰입되게 만들었다.


권당 거의 400~500 페이지 정도 돼서, 마냥 도전하기는 어렵지만, 그 장편 소설을 작가가 썼고, 그 페이지를 끌고 나갈 수 있는 필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읽다가 휘릭 넘겨서 마지막 페이지의 에필로그 같은 페이지를 우연히 만났다. 거기에는 이민진 작가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계기를 가지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 작가가 되었는지가 쓰여 있었다.


작가는 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간경변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 인터페론이라는 약물을 마지막 희망으로 치료하던 중 기적적으로 나았다.


난 남편이 간경변 증상을 보였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옆에서 보았던 사람으로서- 이 이민진 작가가 어떤 역경을 겪었는지 감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육체의 고난만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경제적, 심리적, 상황적 어려움이 다 오는 상황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일념으로 포기하지 않았던 이민진 작가는 그렇게 그 결정체를 책으로 남기고 세상의 인정을 받았다.


난 사실 그렇게까지 할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아웃라이어라고 1만 시간의 법칙-을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을까.


그중에서 작가가 되기 위해 작법이나, 소설을 쓰는 강좌 등을 듣고, 책을 읽고, 관심 있는 작가의 강연을 듣는 과정들이 이민진 작가에게 있었음을 보았다. 


그 부분은 내가 여태까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그래서 우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돈을 쓰면 보겠지-라는 심정으로 글을 쓰는 법과 소설을 쓰는 법에 대한 책을 잔뜩 샀다.


재주 없는 나에게. 가끔 지인들이 나에게 글 쓰는 재능이 있다고 말해줄 때, 참 기쁘다. 다른 재능이 별로 없어서 이기도 하고, 그래도 나에게 하나는 있구나 싶어서 기쁘다.


근데, 그 글이. 내 글을 본 분들은 다 알 테지만- 내가 안 쓰면 답답해서 쓰는 에세이를 가장한 공개 일기들이다. 그렇다고 내가 에세이를 써서 독보적인 무언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나는. 제대로 해보지 못한, 제대로 해볼지도 모르는 소설 쓰기가 그렇게 하고 싶나 보다.


아이의 질문에 깨어난 어른이의 꿈은 그런 것이었다.


얼마 전, 동네에서 비눗방울을 불고 돌아다니는 아가를 봤다. 비눗방울이 둥실둥실 아이의 입의 대롱을 타고 만들어져 사방에 날리다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


잠시 빛에 반사되어 무지갯빛을 띠고, 뭔가 동그란 형태를 띠던 비눗방울은 그렇게 잡을 수 없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내 안에 뭔가 쓰고 싶다는 욕망과 생각들이 그런 식으로 나에게는 찾아온다. 갑자기. 우연히. 무턱대고. 잡을 수 없게.


그런 비눗방울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가치 있는 그 무엇으로 만드는 게- 나에게 글을 쓰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래서 이제야 꿔보는 어른이인 내 꿈은 오늘도 저 멀리 창 밖에 보이는 달만큼이나 아득히 멀다.


그렇지만 그저 아름다운 그 달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은 오래간만에 "그냥 에세이" 매거진에 담는 글을 써본다.


*주저리 하나.

오븐 안에 반죽은 열기를 받아 부풀어 올라 맛있는 빵이 된다. 근데 벌써 찾아온 이 더위는.. 우리를 맛있는 빵이 되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지구가 아프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덥다-못해 뜨겁다. 6월인데... ^^


** 주저리 둘.

응원하기 기능을 잠시 껐습니다. 이유는 응원을 많이 못 받기도 했지만^^ 뭣보다 제가 이 글들을 쓰는 목적과 마음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 제 마음은 참 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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