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말하기 힘든 말이다.
‘나는 이혼한 사람이다.’
위축되어서?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놀랍게도 타이밍이 문제다.
처음 데이트 신청을 받고도 그녀를 만날 수 없던 것은 미혼인 그녀와 데이트를 하고 이혼남인 것을 밝혀야 할지.
데이트 하기 전에 밝혀야 할지를 전혀 모르겠어서이다.
데이트 후에 말하자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 놓고 왠지 거짓말을 한 기분이 들 것 같았고.
데이트 전에 말하자니 찬물을 끼얹고 시작하는 기분일 것 같았다.
남녀 문제에 있어 상당히 찌질한 편인 나는 그냥 데이트를 포기해 버렸다.
친한 지인들과 자연스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 친구 이혼했어.’
‘응. 나 돌싱남임!’
이런식으로 좀 쉽게 갈 때도 있지만 어디 사람 일이 친한 사람만 만나지는 않지.
새로운 사람들만 만나는 날엔.
‘저기 저 이혼했어요!’
라는 TMI를 뜬금 없이 사람들에게 날릴 수도 없는 노릇인데
나중에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서 ‘나 이혼남이야’라고 하면 미필적고의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누추한 나에게서 벗어나는 두번 째 방법은 이혼했다는 사실 털어 놓기이다.
실패해도 좋다.
어차피 좋은 타이밍은 없고 더 나은 타이밍을 찾는 일이다.
세상은 넓고 상대도 많다.
이혼한 사람들의 강점 중에 하나를 살리자.
우린 이미 경험도 있으니 많이 만나서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누추한 면은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이혼했다는 사실을 털어 놓을 수 있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