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가을에...
나라 살림이 어려운가 보다. 선거철엔 인심도 후하고 느긋하던데 요즘에는 세금을 부과하느라고 도로 곳곳이 바쁘다.
그렇지 않아도 궁색한 살림인데 나의 부주의로 인해 부과된 과태료, 범칙금은 하루 일진이나 재수로 따지기도 뭐 한 억울한 세금이다.
동네 도로가에 주차시켜 놓고 잠깐 일을 본 사이 4만 원짜리 불법주차 딱지가 차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다.
야간엔 괜찮겠지?... 하고서 인적 끊긴 한적한 곳 병원 담벼락에 차를 두고서 희희낙락거리며 동대문운동장 주변 패션몰 구경삼아 한 바퀴 돌고 오니 여기에서도 딱지가 붙어있으니...
어느 높으신 양반이 어느 지역이든 내 차를 쫓아다니면서 딱지를 붙이라는 지시가 떨어진 느낌이다.
경부선 하행 길...
속도 감각이 없는 고속질주로 잠깐 멍 때린 사이에 과속 단속 카메라 번쩍~!! 헉, 21km 오버 벌점 15점, 범칙금 6만 원...
주말에 모처럼 외식을 했다. 도로변에 주차시켜 놓고서 지글거리는 솥뚜껑 위로 삼겹살을 노릿하게 구어 안주 삼아서 소주 한 잔
“캬~~~~!!!”
후식으로 잔치국수 한 사발 말아먹은 후에 만족감에 흐뭇해하면서 이를 쑤시며 건너편에 세워진 차를 보니 앞 유리에 커다란 딱지가 붙어있다.
"뭐얏?..."
'또또또......................'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1566-9479(기사친구) 대리운전 전단지였다.
‘휴~ 4만 원 건졌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더니 아!~ 하시로 긴장하여
빈티 나고, 피곤한 가을이다.
200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