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온 후
혼자서 이런 저런 해석을 해보고 의미를 부여해 보았을 때
퍼즐이 착착 맞춰지는 구간들이 있는데
다른 후기들을 보니 나처럼 해석한 게 없는거 같아서 최대한 기억을 돌이켜보며 정리해본다.
대전제가 있다
"모든 등장인물은 죽어있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물음표한 삼십만개 박히는 영화였다.
단 한번도 졸린 적 없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데?" 싶은데
그럼 뭐가 좋은데? 라는 질문을 해보면 그걸 모르겠어... 가 되었다.
그래서 이게 엄청나게 상징과 은유가 많은 영화일 것 같아서 최대한 짱구를 굴려보다가
예전에 본 일본 영화가 생각났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였던가.
폭우가 쏟아지면서 현생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 존재하는 영화였던 기억이 있다 (정말 기억일 뿐 진짜 저랬는지는 찾아봐야 함)
그리고 태풍 이 카미. 카미는 신.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까 갑자기
"어? 그럼 다 죽어있는 상태로 영화가 시작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오!? 아!? 라면서 나 혼자 퍼즐이 좌라라락 맞춰졌다.
내가 생각해낸 것들은 앞뒤가 뒤죽박죽 와! 여기도!? 우오! 하면서 찾아냈지만
서술하기 편하게 그냥 기억나는대로 써본다.
1. 인트로의 사운드가 찢어져있다 (혹시 열화된건가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의도된 연출이라는 이야기가 있음)
이때만 현실이다. (삶은 더럽게 시끄럽...)
이때까지는 연필콧구녕 친구는 살아있다.
그런데 이미 죽은 친구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숨은 것.
숨어있다가 수영장 레일에 걸려 죽은 것.
여자들이 레인에 감아서 괴롭히는것 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동작을 보면 기본적으로 끌어내고있다.
장난기 많은 친구 하나만 다시 물 속으로 쳐박는다.
그리고 선생이 오고부터 (얘도 난 이 시점에 귀신이라 생각함) 사운드가 정돈된다.
2. 인공호흡을 한다고 하는데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도 않고 숨을 불어넣는다 라기보단 후 후 불기만 하고 있다.
3. 태풍이 온다고 한다. 태풍은 카미 카미는 신.
4. 대부분 학교 라는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5. 산 자의 모습은 잘 보여주지 않았다.
모두 죽은 이들이다 라는 해석일 때 이게 제일 강력하기도 하면서 제일 취약해 지는 부분이기도 한데
사운드가 2중 또는 효과음 처리로 공간감을 이질적으로 변형시켜서 들리는 것이 많고
음식이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학 선생의 집에서 여자와 대화를 나눌 때 음식에 불이 붙지 않은것으로 보였으며, 이 장면에서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 남녀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신음이 중요하다기 보다 "다른 생활 소리가 들린다" 로 이해했었고, 윗집 또는 옆집인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아이들의 대화 중에 계속 이상한 노이즈들이 들렸었던 기억이 나면서
"산 자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음" 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을 때 내 스스로 반박하는 씬들이 있었다.
a. 리에가 도쿄에서 만난 남자
b. 등에 화상입힌놈 아버지
c. 수학선생 애인의 부모(라기엔 남자측은 계속 아저씨라고 해 라고 했던거같음)
a 도쿄의 남자 - 귀신을 본거다. 리에가 이렇게 말한다 "먼저 말 걸어줘서 고마워" / 집을 나온 후 해매면서 소란(?) 을 피울 때 화면 저 뒤쪽에 '무슨소리지?' 라는 느낌으로 남성이 한 명 등장하는데 아무것도 보지 못 한 듯 다시 사라진다.
b 이상한놈 아버지 - 이미 죽은거나 마찬가지의 인물이라고 해석.
아들은 죽어서 집에 가는데 아버지가 알아보지 못하니까 계속 다녀왔습니다 다녀왔니 혼자 계속 하고 있는것.
친구가 왔을때도 본척만척 이라기보단 아예 못 본 것 처럼 행동한다.
계속 술에 절어있다. (아들 죽고는 술에 절여진 삶을 사는것이라고 해석했다)
c 사실 나도 이 둘이 뭔지 모르겠다.
6. 비오는날 빨강 구두. 전형적인 귀신 이야기. (근데 이건 내 개인적인거라 한국적인거고 일본 85년작에 이런게 있었을까 싶음)
7. 태풍의 눈 장면에서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장면이 있고 할머니의 생사여부를 걱정하는 장면
할머니가 이쪽(저승) 으로 왔다
8. 비가 그쳤다고 우왕! 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폭풍이 몰아치니까 빤쓰까지 벗어던지고 춤을 춘다.
= 신들의 축제
9. 공 공 공
남주(?)는 야구부였고. 농구대에 테니스공을 툭툭 쳐내고, 종국에는 탁구공을 사용.
원형 - 순환 - 작용 반작용 - 그리고 뛰어내리기 직전에 탁구공이 타다닥 떨어짐.
초반 사운드 튀는것도 의도로 하는 감독이 이정도를 의도없이 했을 리 없다는 생각.
야구는 때려쳤고. 농구골대에 튀기던 테니스공도 결국 춤추러 가면서 놔두었고. 마지막에 탁구공도 튀기며 놀다 주머니에 넣지만 뛰어내리기 전에 교실 바닥으로 굴러떨어짐.
핑퐁을 한다 = 이승과 저승을 저울질 한다.
공놀이를 끝낸다 = 저울질을 끝낸다.
10. 수없이 많은 종이학
영화를 볼 때는 몰랐지만 보고 나서 "다 죽은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 종이학들은 등장인물들이 접은게 아니라. 그 등장인물들을 기리기 위해 현생의 사람들이 접은 것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 자살하러 가는 길을 만들 때 구지 이것들을 소중하게 다른곳에 옮김
11. 태풍이 끝나고 자살을 함.
- 신들의 축제가 끝남.
12. 도쿄에 갔던 리에가 마을로 돌아온 역에서부터 학교까지의 모든 장면
개찰구를 통과하지 않음. = 통과할 필요가 없음. 사람이 아니니까
역 앞에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있으나 학교는 나무가 쓰러지고 물웅덩이가 엄청난데도 아무도 없음.
그리고 리에가 마치 금각사를 보는것 같다 고 하는데 이게 되게 큰거같음. 삶과 죽음의 경계라던가... 음....
결론.
이미 모두 죽은 자들이다.
오우 오싹오싹.
술이 좀 취해서 이거 어디든 적어놔야겠다 싶어서 적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