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카페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충고와 조언.
오늘 SNS에서
“이제 곧 매장을 오픈하는데 이런 머신 사려고 하는데 조언 부탁드립니다”
라는 글을 보았다.
그리고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업자만 돈 벌겠구나.”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지,
커피 일을 처음 시작하는 후배에게 설명해주듯 정리해보려고 한다.
(단, 내용 자체는 매우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다.)
만약 지금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가게를 오픈할 자리를 봐 둔 상태인데
커피 머신을 뭘 살지 몰라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 당장 모든 프로세스를 멈춰라.
더 이상의 지출은 중단하고, 회수 가능한 돈부터 회수하라. 정말이다.
자본이 넘쳐흘러 최신형 신품을 사도 되고,
가게가 망해도 삶에 1도 타격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글은 필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타이트한 예산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그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첫 단추부터 크게 어긋난다.
대부분은 에스프레소 머신 선택 때문에 수개월을 고민한다.
그런데 내가 15년 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조언이 있다.
머신보다 그라인더가 먼저다.
아무리 좋은 머신도
‘맷돌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그라인더를 쓰면 아무. 쓸모. 없다.
초호화 머신 + 형편없는 그라인더 = 억소리 나는 스포츠카에 125cc 바이크 엔진
보통 머신 + 훌륭한 그라인더 = 평범한 승용차에 슈퍼카 엔진
물론 둘 다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그라인더가 훨씬 중요하다.
나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가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본다.
바로 추출 안정성이다.
하루 10잔 파는 카페라면 핸드밀로 내려도 된다.
그런데 그걸로 돈을 벌고 삶을 지속 할 수 있나? 아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본다는 건 적어도 하루 100잔은 팔겠다는 가정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100잔이 얼마나 비현실적 목표인지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추출 안정성은
러시타임에 1·10·50·100번째 잔이 얼마나 동일한 품질로 나오는가이다.
이 기준이 없다면,
라마르조꼬든 뭐든 브랜드 이름은 아무 의미 없다.
경험 없는 창업자는 결국 두 가지 루트를 쓴다.
커피업계 지인?
→ 창업한다고 하면 대부분 뜯어말린다. 그러니 도움을 요청하지 않거나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뜯어 말리는게 진짜 가장 훌륭한 조언이었다는것을 꼭 기억해둬라.
인터넷 검색
→ 수많은 업자의 연락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업자를 만나면…
“아니, 나는 그래도 호구는 아니지 않나?” 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면 단 하나 묻겠다.
“임펠러가 뭐고, 어디 있으며, 어떻게 교체하는지 아는가?”
이걸 모르면 업자 눈에는
당신은 너무나 ‘감사한 호구’다.
신품 1500만원짜리 머신을 팔고
당신이 망하면 거의 새거나 다름없는 머신을 헐값에 다시 사서
적당히 정비 후 다시 비싸게 판다
그러니까 “아, 업자만 돈 벌겠구나.” 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머신 자체를 보기 전에,
가장 먼저 운영 방향을 정해야 한다.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팔 것인가? (최소, 최대)
아니면 커피 이외의 음료·디저트가 메인인가?
이걸 정하지 않고 창업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그리고 99%는 망했다.
만약 하루 수백 잔 팔 규모가 아니라면
믿을 만한 업자를 통해 100~300만원대 중고 머신을 사라.
원래 천~천오백 생각했다면?
그 돈은 그라인더에 투자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페마 E98 계열 – 에스프레소 역사의 시작인 페마, 갓성비
라심발리 M39 계열 – 프랜차이즈도 쓸 만큼 튼튼함
시모넬리 아피아/아우렐리아/이글 계열 – SIS 있으면 초보에게 매우 큰 도움
100~300, 비싸야 400~500
초기 창업자가 쓰기엔 유지비 대비 안정성이 매우 좋다
나도 첫 창업 때 M39DT(130만) 사서 몇 가지 교체하고 시작했다
오래된 모델이 많으니 ‘속’을 모르면 개인간 거래는 절대 금지
차라리 중고 머신 전문 업자를 통해 사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이 구간은 진짜 애매하다.
돈 아까운 선택.
이쯤 되면 라마르조꼬 구형도 나오고 하이엔드 보급형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가격대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미 뭘 살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굳이 추천할 모델은 없다.
어차피 당신은 위 3대장으로도 충분하다.
뚜껑을 열어 내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
전체 + 디테일 + 마킹(손글씨) 부분까지 전부 사진으로 남겨라.
귀찮아하면? 그냥 뒤돌아서 나와라.
업체는 많다. 절대 집착하지 마라.
내부 사진만 보여주겠다는 말? 다른 머신 사진일 수도 있다.
실제로 겉은 멀쩡한데 속은 쓰레기인 머신 보내는 경우? 아주 가끔이 아니라, ‘실제로 있다’.
(왜 아냐고? 나도 알고싶지 않았다)
나는 업자도 아니고,
15년째 카페업계에 붙어 있는 지박령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나마 돈 벌 수 있는 스킬이 로스팅과 추출이라 이 일을 한다.
창업자들이 몇천만원 들여 신품 머신을 사고,
몇 달 만에 창고행하거나 헐값 매각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
반대로
빠듯하게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잘 버티고 유명해진 매장들은
위 3모델로 시작한 경우들이 제법 있다.
뫄뫄 브랜드의 땡땡 모델도 좋은데 왜 그 모델 추천은 없느냐고 할 수 있다.
응? 그걸 아는 사람이 왜 이걸 보고있는건가?
그 모델이 좋다는걸 실제 본인의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건지
누가 좋다던데 라고 말한걸 들은 적 있는것인지 잘 생각해 봐라.
실제 체험을 통해 좋은걸 알고 있다면 이런 글 읽을 시간 아껴서 그거 사면 된다.
예산이 빠듯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데도
여전히 몇천만원 주고 새 머신을 사고 싶어 한다면?
반대로 예산이 정말 충분한데 왜 싸구려만 추천하냐고?
하이엔드 모델 신형 추천해달라고?
잘 기억해라.
그리고 업계는 당신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