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인더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불나방들을 위한 그라인더 선택 가이드

by woolly kim

이 글을 왜 쓰는가


이전 글로 "초보들을 위한" 머신 선택 가이드를 작성했다.

당연히 이에도 경력은 거의 없는데도 카페창업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불나방들을 위한 글을 써 볼까 한다.

냉정하게 전문가, 준 전문가들은 이 글을 볼 필요가 없다.

사실 준 전문가 수준만 되더라도 각 그라인더에 대한 특징, 장점, 단점, 활용방법 등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굳이 이딴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

이 글은 카페를 차리는 것에 대한 동경만으로 창업을 준비 중인 불나방들을 위한 글이다.

그 불나방들이 그나마 불에 덜 데도록.

어쩌면 아주 아주 아주 희박한 확률이지만

카페 창업이라는 거대한 화염에 뛰어들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라인 제시를 위한 글일 뿐이다.




카페 창업을 다시 생각해라


자 이제 본격적으로 불나방들을 위한 그라인더 선택 가이드글을 써보겠다.

불나방이라니? 나는 아닌데? 내가 한 것 중에 실패한 건 인생에 단 하나도 없는데?

오케이. 당신은 이제 실패가 무엇인지 알게 될 확률이 99%라는 것을 꼭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이 페이지에서도, 창업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도 뒤로 가기를 누르고

지금 다니는 직장이 있다면 거기 붙어있는 것을 추천하고

창업 계획 중이라면 카페 말고 다른 시장에 뛰어들길 추천한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 질문을 가끔씩 한다.

"무언가를 내가 만들어서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국밥집을 해도, 옷 장사를 해도, 성인용품점을 해도, 카페를 해도 다를 게 없는데. 왜 하필 카페를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다면. 제발 부탁이니까 더 이상 돈을 버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접어라.

그런데도 카페 창업을 하고 싶고 이제 그라인더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고 글을 써본다...




신품/중고에 대한 관점


어느 정도 그라인더를 볼 줄 알고, 기능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라인더 역시 중고를 사도 상관없지만.

머신에서 아낀 돈으로 그라인더 정도는 새 걸로 사는 걸 추천하지만

실제 모델의 추천은 중고를 기준으로 진행한다

아니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추천하는 것은 카페 창업을 접는 것이다

그저 대안 제시 일 뿐이다.




그라인더를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


사실 준 전문가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여기까지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배전도(로스팅 정도), 어떤 상권, 어떤 성향의 매장을 할지 안 정했는데 그라인더를 먼저 추천한다고?

라는 의문을 강하게 가지는 것이 정상이다.

이 질문을 하지 않았는가? 당신은 아직 카페를 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그라인더 선택은 가장 크게 어떤 상권에서 어떤 콩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러시타임이 확실하게 있는 상권인지. 무난 무난하게 홀 돌려가면서 차분하게 꾸준히 팔리는 상권인지

(이 위 두 가지 경우여야 살아남을 수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는 당신이 경험하기 힘들 거다. 정말이다)

배전도에 따라서도 선택지가 달라질 것이지만.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꾸역꾸역 읽은 당신은 원두 선택도 못 하고 추천받아야 할 것이다.




원두 공급 형태에 따른 판단 기준


혹시라도 프릳츠, 리브레, 나무사이로, 모모스 등 이름만 말해도 커피를 좋아한다는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는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 직접 카페를 운영하기도 하는 회사의 원두를 사용하기로 결정된 상태라면 이 글을 더 이상 읽지 말고 거래처에서 추천하는 그라인더를 새것으로 사라.

직접 카페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로스팅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의 원두를 받아 쓰는 경우에도 그 업체의 추천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이 글을 여기까지도 꾸역꾸역 읽었다면.... 아마 이 상황이 대부분일 것이다.

중고 또는 보급기 머신판매하는 업체에서 패키지로 원두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제발... 제발 더 이상의 지출을 멈추고.. 접어야 한다. 제발. 이 상태로 당신만의 카페를 가져봐야 길어야 1~2달 카페사장 놀이 하다가 3개월 차부터는 헛구역질만 하다가 6개월~1년이 되기 전에 접는다.

(아니 접힌다)

아니 아직 나는 그래도 무언가 더 공부를 할 것이고. 차근차근 정보 수집 중인 단계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위해서 아주 조금 더 적어보겠다.




중고 추천 이유


준비를 제대로 하고 카페를 한다면 신품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하겠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신품보다는 중고를 구할 수 있다면 중고를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99%의 확률도 당신은 6개월 내로 다시 이걸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때 중고로 산 값 그대로 돼팔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글을 다 읽고 창업을 했는데 혹시 본인이 창업에서 살아남은 1%가 된다면 댓글이든 인스타든 연락을 주기 바란다.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담아, 연락이 온 시점에 내가 취급하는 원두 중 가장 비싼 것을 200g을 서울권이라면 직접방문, 서울이 아니라면 택배비 선불로 보내주겠으니 꼭 연락 달라. (가끔이지만 킬로당 40~50만 원대 생두도 취급한다)




버 종류 구분 — 플랫 vs 코니컬


그라인더를 분류해 보자면 크게 플랫버와 코니컬 버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여기까지 읽었다면 그 차이를 당연히 알지 / 엥? 그게 뭐야? 당연히 모르지 두 종류의 인간으로 나뉜다.

당연히 모르지 의 경우를 위한 추천을 주르륵 적을 것인데. 모조리 플랫버이다.

이 글을 진심으로 읽고 있는 당신은 아직 코니컬 버를 쓸 이유가 없다.



구체적 추천 모델 목록


1) 말코닉 E65 또는 E80 계열

현시점에서 가장 좋다! 최신이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아래에 언급할 모델들에 비해 비교적 최신 모델이며, 그래도 출시하고 시간이 약간은 누적이 되어서 사용후기나 장단점을 검색을 통해 알아보기 편하다.

러시 인구가 조금은 적을 거 같다면 65 계열

그래도 1시간 정도는 러시타임이 발생할 것 같다면 80 계열을 추천한다


라이트로스팅의 경우 큰 버보다는 작은 버를 선호하는 성향도 있긴 하지만. 이는 전문가의 영역이고.

러시타임이 얼마나 길게 갈 것인지를 예측해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65를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러시타임이 길다면 산 값 그대로 중고로 팔고 80을 사도 되니 허황된 꿈으로 80 지르지 말고 어지간하면 65로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2) 미토스 원 (또는 2도 나쁘지 않다)

이 모델의 가장 장점은 이쁘다는 것이다. 2의 경우 워머? 히터? 쪽에 꾸불꾸불한 쉐입이 추가되어 뭔가 에어리언 목 같은 느낌이 드는데 미토스 원은 정말 외형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준수한 성능, (개인적으로는) 완벽한 외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신의 바 인테리어에서 엄청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이너한 이슈로 크럼프 크러셔 막힘 이슈가 있다. 이건 지인들에게 실사용 후기들을 추려봤을 때 뽑기 운도 좀 있는 거 같지만 대부분의 미토스 모델에서 발생하는 이슈라고 판단된다.

크럼프 크러셔가 뭐냐고? 미분이 뭉치는 걸 풀어주는 기능을 가진 부속품인데. 해당 모델에는 토출구 안쪽에 박스 형태의 플라스틱 쪼가리가 끼워져 있는데.. 이게 자주 막히는 이슈가 있다. 해결 방법은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연결부위를 잘라서 뒤집어서 끼우면 해결되기도 했고, 삼각형으로 잘려있는 부분에 칼집을 한번 더 줘서 해결한 적도 있고.. 심지어 하나 더 사서 두 개 끼워서 해결한 적도 있다. 해결방안 자체가 케바케였던 거 같다.


3) 콤팍 K8 / 메쩌 메이저 (제발이니 수동버전 사지 말고 자동버전)

사실 딱 요 정도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고값이 엄청나게 저렴하기도 하고 매물도 많고 실사용자 후기도 어마어마하고 부품도 널려있어서 문제발생시 수리도 용이하면서도 앗! 수리비가 너무 세다 싶은 상황이 도달했을 때에는 카페를 지속할지 말지도 정해지는 정도의 시점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카페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면 더 상위 모델의 신품을 구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무난한 가격대 때문인지 버의 생명이 끝나있는 경우가 많다. 전자기능적인 문제가 없고 축이 틀어지던지 하는 크리티컬 한 대미지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약간의 돈을 들여서 버만 교체해도 충분히 좋은 그라인더들이다.



브루잉용 그라인더 추천해달라고 하는 분이 있을까봐 적어본다.


하... 엄한소리 하지 말고 에쏘나 제대로 뽑아라... 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혹시몰라 조금 적어본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 브루잉 전문으로 하는게 아니라면

페마 600 급 정도의 모델이면 충분하다. 이걸로 더치커피도 하고 브루잉도 하고 뭐 하고싶은거 다 해도 된다.


브루잉에 약간 더 힘을 주고싶고 싱글오리진 종류도 다양하다면

말코닉 EK43 또는 그 후속모델들

싱글오리진으로 에쏘까지 뽑을 생각이라면

디팅 KR804 또는 그 후속모델들을 권장한다.



더 최근에 나온 다른 좋은 모델 많은데 왜 저거냐고?

그 모델들을 당신이 잘 쓸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나에게는 전혀 없다.

아닌데? 난 잘 할 수 있는데? 싶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다른 좋은 모델 아는 그걸로 해라. 이 글을 왜 읽고 있는건가...





이 글의 진짜 목적


사실 계속해서 접어라. 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진짜 접길 원하는 것이다.

경쟁자가 줄어들어야 한다!라는 마인드가 아니다. 그런 마인드라면 이런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왜냐고? 이 정도 준비도 안 하고 시작하면 거의 대부분은 알아서 망해나가기 때문이다....

또는 장사꾼으로서의 능력이 있는 분들은 이런 걸 아예 몰라도 카페를 하든 옷가게를 하든 돈 잘 버신다.


카페 창업을 성공적으로 하는 절대적인 방법?

그딴 게 있다면 세상에 불쌍한 자영업자는 단 한 명도 없어야 정상이다.


진짜 창업 준비가 되어있는 분들은 이 글을 그저 재미로 읽거나 읽을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글에는 그분들이 알고 있는 지식의 1/100 아니다... 1/10000 정도만 적혀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분들이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유는 단 하나다. 이 자식 어디까지 가나 보는 게 재미있어서.


이전 머신 추천 글도 마찬가지이지만.

앞으로 작성될 원두 추천, 로스터기 추천, 세팅 추천 등 대부분의 글들은

"카페 하지 말라는 조언을 깡그리 무시하고 카페 오픈을 해버려서 망하더라도, 최소한의 손해로 망하는 것"

을 최고의 목표로 작성되고 있음을 꼭 명심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만에 하나 망하지 않는다면.

다른 좋은 머신, 그라인더를 사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게 된다.

그러니 제발. 영업 극초기 시기에 머신, 그라인더에 너무 목숨 걸지 말길 바란다.

차라리 상권을 분석하고, 어떤 메뉴를 할 것이며, 어떤 수익구조를 가져갈지.

거래처들은 충분히 안전한지 등을 분석하면서 엑셀 사용법을 익혀두길 추천한다.




이 글 따위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지식과 실력, 게다가 풍부한 인적자원까지 가진 분들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창업했다가 망해나가는 시장이 카페라는 것을

절 대 잊지 말 아 야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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