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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트 Jul 08. 2023

삼해(三海)삼색(三色)

똑같은 바다는 없다. 모두 다른 색의 바다만 있을 뿐이다. 

삼해(三海)삼색(三色)     

충남 서산이 고향인 난 20년이 넘도록 서해만 보고 살았다. 봤다기보다는 놀러 가면 동해, 남해는 생각도 안 해보고 서해로 가는 것이 당연했다. 서해 해수욕장을 모두 섭렵하면서 말이다.      

그 바다가 전부인 것처럼… 어릴 적 친척들과 함께 갔던 몽산포와 만리포는 엄청 넓고, 다이나믹해서 친척들과 함께한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물에서 놀다가 뒤를 돌아보면 썰물 때라 어마어마한 갯벌로  ‘부모님께 어떻게 걸어가지?’ 생각하며, 바다는 다 갯벌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족히 100m가 넘을 것 같은 길이였다.       

서해는 가족뿐만 아니라, 알바생들과 급으로 갔었고, 교회에서 수련회로, 친구들과 또 여러 지인과 함께 했던 바다지만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었다. 

...

결혼하고 처음으로 살았던 곳이 경남 진주이다.

진주에서 차로 40~50분 정도만 가면 남해가 있다. 농담처럼 말하는 삼천포가 대표적이다. 진주에서 남편 이외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신랑과 삼천포에 바람 쐬러 자주 갔었다. 정말 바람맞으러 가서 그런지 남해의 첫 기억은 차가웠다. 진주를 떠나고 남해는 기억 속에서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기억 저 끝에 삼천포가 남아있었다. 한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여름휴가를 삼천포로 갔다. 가던 날 비가 억수로 많이 왔다. 산사태로 도로도 마비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여름휴가가 끝나나 했지만, 다음날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보고 웃음이 났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아이들도 가끔 삼천포를 다시 가자고 이야기를 한다.

...

작년 봄 동해에 사는 지인이 갑자기 놀러 오라고 아우성이다. 청주에서 동해까지 아무리 빨리 간다해도 3시간이 넘는 거리인데… 막둥이도 18개월밖에 안 됬는데...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여름휴가를 동해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출발하는 날 어김 없이 비가 억수로 많이 왔다. 아이셋을 데리고 가는 휴가라 더 긴장됐다. 감사하게 숙소에 안전하게 도착을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아졌다. 첫날은 동해 해안 산책길을 걸으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았다.      

다음 날…. 본격적인 물놀이가 시작됐다. 파라솔 아래에서 아이들을 바라만 봐도 좋았다. 아이들이 내 코앞에서 놀이하는 것이 신기했다. 서해였다면 썰물로 인해 아이들이 점점 멀어졌을 텐데 그곳, 그 자리에서 물놀이 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물이 정말 파랗고 맑았다. 서해에선 찾아볼 수 없는 푸르름과 투명함… 그래서 사람들이 동해, 동해를 말했나 보다. 수심은 서해보다는 깊었지만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게 놀고, 배달의민족인 우리나라는 해수욕장으로 치킨까지 안전하게 배달이 되어 아이들 보며 배부를 수 있었다. 더 놀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피부가 발게 져서 더는 못 놀고 돌아왔다.     

서해, 남해, 동해 (삼해)는 모두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다른 색이지만 바다 모든 것을 품어주고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는 곳이다.     

나에게 바다는 가까이하고 싶어도 가까이할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바라만 보고 있는 것만 좋은 그런 곳말이다. 바라만 봐도 마음속 때가 빠지는 바다는 모든 것을 품어주고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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