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사랑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지민의 이야기
나는 당연히 그녀라면 주제로 '사랑'을 선택할 줄 알았다. 그러나 받아본 사전질문지에 동그라미 쳐져 있는 단어는 의외로 '다정'이었다. 주로 낭창하고 때때로 고요한 지민에게 '사랑'과 '다정'은 어떤 의미일까.
그녀가 선택한 주제는 '다정'이었으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다정은 사랑으로 귀결되었다. 사랑과 다정은 뗄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지민. 본인 스스로를 사랑이 충분히 샘솟는 사람으로 만들어놓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어떻게 이 사랑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나눌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녀와 어울리는 물건을 꼽으라면 단연 활자로 가득한 책일 것이다.
지민 씨라면 주제 '사랑'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정'을 오늘의 주제로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엔 저도 사랑을 할까 했죠. 그런데 다정으로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저는 그 둘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하는 사랑은 그랬어요. 제가 받는 사랑도 그렇고.
저는 지민 씨가 어떻게 그렇게 사랑이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물이 샘솟는 데에는 큰 이유가 없잖아요.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그냥 그런 것처럼 저에게 사랑이 중요한 데에는 이유가 없어요. 그냥 이렇게 태어난 느낌이랄까요. 전 사랑하는 게 좋아요. 제가 행복해서 해요. 제가 제일 감동받는 순간은, 제 다정이 상대에게 사랑으로 와닿는 순간이에요. '네 덕분에 사랑을 알았어'라는 말을 들을 때, 그때가 정말 눈물나게 행복해요.
꽤나 멋진 것 같아요. 그런가요? 그런데 전 멋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누구나 가치를 위해서 달려가잖아요. 누구는 그 가치가 돈이고, 명예고... 저한텐 이게 명예롭고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 저는 큰 의미 없이, 제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사람들은 왜 지민 씨가 사랑에 큰 가치를 두는 것을 멋있다고 생각할까요? 쉽게 하지 못하니까요.
그럼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걸 지민 씨는 해내는 거네요. 운이 좋은 거죠. 돈이랑 똑같다고 보면 되는 것 같아요. 다들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한정적이잖아요.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을 부러워하죠. 그런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사랑이라는 게 굉장히 큰 가치고, 해야 하는 걸 알지만 마음처럼 쉽게 잘 안 되는데, 저는 운이 좋게도 그런 연습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해왔던 것 같아요. 사랑을 하고 베푸는... 그런 것이요.
그런데 요즘 고민이 있어요. '다정'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어요. 저는 어머니와 깊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타인에게 무언가 생각지 않은 다정이나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독이 되는 다정의 기준을 모르겠는 거예요. 제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이타심일 수 있으니 그걸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었거든요. 물론 그걸 느낀 적도 몇 번 있고요. 그래서 그 이타적이면서도 적절한 다정을 찾기 위해서 요즘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하나씩 찾아갈 때마다 그 행복감이 커지니까, 솔직히 저 좋자고 하는 거죠. 저 좋자고 하는 건데, 남도 함께 좋을 수 있으니까.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세상 사람들이, 또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이 유난히 더 여유가 없고 사랑이 없는 삶을 살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한 번이라도 사랑을 알고 행복했으면 좋겠아는 생각을 해요.
정말 멋져요. 저는 항상 지민 씨를 보며 다정과 사랑을 많이 배워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감동이에요. 사람은 어차피 태어났잖아요. 본인도 모르게 태어나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또 언젠가는 죽죠. 근데 이렇게 사는 동안 힘든 것보단 행복한 게 낫잖아요. 솔직히 스스로 선택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행복이 어렵고, 남일이고, 찾기 힘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회가 그렇게 가르친다는 말에 동의해요. 그런데 저는 누가 사랑을 가르쳐준 것 같지는 않아요. 스스로 가르쳤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요? 제가 제 자신과 대화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다정과 사랑을 엮어서 생각하거든요. 둘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느낌인 거죠. 사랑을 기반으로 한 다정인데, 제가 요즘 신경쓰고 관찰하는 것이 다정이다보니 약간 근본적인 1단계는 한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제 안에서 사랑이 충분히 샘솟는 사람으로 스스로 만들어놓았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지혜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방법을 잘 찾고 있나 싶다가도. 오히려 주제넘는 행동일까 싶다가도. 내가 이렇게 생겨먹었는데 하다가도. 그냥 내가 좋을대로 생각하자, 하는 것 같아요. 너무 큰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사랑과 다정을 베풀면 거기서 오는 부작용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로 결심을 한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까요? 짧은 삶 속에서 느낀 바로는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더 오래 살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요. (웃음) 맞아요. 근데 그럼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결심했어요. 다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요. 내가 베푸는 다정도 물론 있겠지만 받는 다정도 있잖아요. 정말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모양을 가진 다정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걸 알아보는 것도 진짜 중요한 능력인 것 같아요. '이게 다정이구나'부터 알고, '이 다정이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거구나'를 아는 것도 정말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요즘 깨닫거든요.
그런 노력을 해서 얻어낼 수 있다는 걸 아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또 전 왜 다정과 다감은 붙어 다닐까, 도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다감하다는 것을 지민 씨를 보며 많이 느꼈거든요. 다가오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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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OMMAR CHO
photographer SOMMAR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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