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마 Jul 10. 2023

'자유'라는 단어만 빛나고 있었어요.

오늘 없는 내일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은채와 함께하다

나는 자유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하지만 자유는 스스로 자유라 말하지 않거늘. 자유에 관해 이야기하며, 오늘 없는 내일은 의미가 없다는 은채의 말을 듣고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포터뷰를 통해 깨닫고, 깨고, 깨어진다. 















왜 주제로 '자유'를 골랐냐는 질문에 은채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많은 단어들 중 '자유'만 빛나고 있었다고. 오늘 없는 내일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유를 갈망하며 살아간다. 





































'자유'를 주제로 고르신 이유가 있나요? 그 단어만 반짝반짝 빛나고 있더라고요. 한눈에 들어왔어요.

그런 답변은 처음이네요. 대개 처음에 눈에 들어오는 게 정답이라는 말이 있죠. 그런 답을 잘 고르셨네요. 다들 고민하잖아요. 이 답이 정말 맞을까, 하고 의문을 품고. '자유'가 왜 빛나고 있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럼 은채 씨는 언제 자유를 느끼시나요? 내가 해내보자, 하는 것을 막힘없이 할 수 있을 때 같아요. 아무도 저를 신경쓰지 않을 때요.

그럼 은채 씨가 느끼는 자유롭지 않음은 남들이 신경을 쓰는 상황과 비슷할까요? 그게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럼 어떤 상황에서 자유를 느꼈는지 예를 들어줄 수 있어요? 되게 제게 큰 결정을 한 순간이 있어요. 제가 학교를 그만두었거든요. 크게 말하자면 그 순간이 가장 자유로웠다고 느낀 것 같아요.  단순히 학교라는 곳이 싫었다기보다는. 학교라는 곳은 어떻게 보면 또다른 작은 사회잖아요. 그 작은 사회에서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요. 그 속에서 '이게 온전히 맞는 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뭘까요? 평범한, 우리 모두가 일컫는 삶 같은 거요. 대부분의 우리가 그냥 그대로 정해져 있는 것 같은 코스를 밟잖아요. 그게 저에게는 옳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 순간이 되게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그럼 그 순간에는 남들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는 걸까요? 네, 이건 제 미래를 제가 선택하는 거니까. 오롯이 저만의 결정이잖아요. 부모님께서도 함부로 개입하실 수 없는. 제 의견이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으니까. 지금 딱 기억나는 건 이 순간이에요. 이 순간에 굉장히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굉장히 용기 있는 결정을 하셨네요. 지나서 보니까 그렇죠.

정말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큰 생각 없이, 누군가 정해놓지도 않았지만 정해진 루트를 걷잖아요. 그런 사회 속에서 '이게 나와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되게 용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큰 생각 없이, 소위 말하는 '어른'들이 하라고 하는대로 줄곧 삶을 살아왔었어요. 그런데 저는 어쩌다 보니까 사람이 좀 바뀌었어요. 혹시 은채 님께서도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바뀐 계기 같은 것이 있을까요? 사실 그냥 시간이 알아서 해결을 해주었던 것 같아요.

맞아요. 보통 시간이 흐르며, 나이가 들어가는 내가 알아서 해주는 경우가 많죠. 그럼 은채 씨는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컸던 걸까요? 사회에 대해서도 있고. 관계에 대해서도 상처가 되는 게 있었어요. 그러한 것들이 종합되어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도달하게 된 것 같아요. 하나의 계기라기보다는요.

맞아요. 대개 대부분의 일이 그렇죠. 한 가지로 터지기보다는 여러 가지가 중첩되어. 그럼 지금 은채 씨는 자유롭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본인을 또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평생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언제든 무언가가 나를 괴롭게 만들 수 있잖아요. 앞으로, 지금 이 스튜디오를 나가서부터 갑자기 저를 괴롭게 만드는 요인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지금은 그래도 많이 자유롭다고 느껴요.

자유롭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인지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축복 아닐까요? 저는 되게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주변인에게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는 그렇게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본인이 느끼는 건 참 다르죠.

맞아요. 그럼 자유롭다고 느끼는 지금의 삶에 스스로 만족하시는 편인가요? 이 질문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 몇 퍼센트 정도 만족하는 것 같아요? 한 70퍼센트 정도요.

꽤 높은 걸까요? 누군가에겐 높은 수치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70밖에 안 돼?'라며 반문할 수도 있고요. 저에게 70은 꽤나 높은 수치인 것 같아요.

그럼 나머지 30퍼센트는 뭘까요? 현재 만족을 70퍼센트 하게 되어도,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100퍼센트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럼 그런 마음에서 오는 일종의 불안감일까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바람이에요. 언제까지라도 만족하는 마음이 가길 바람이요. 그런데 사실 평생 이렇게 편하게 살길 바라는 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같아서. 저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가는 스타일이거든요. 늘 이번 달까지만, 이번 달이 지나면 다음 달까지만. 이렇게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너무 큰 것을 바라지 않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럼 먼 미래를 잘 생각하지 않으시는 편일까요? 네. 그런데 너무 미래를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오히려 더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당장의 내가 있어야 미래의 나도 있는 거니까요. 남들이 볼 때 마냥 철없게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이니까요. 제 말을 스스로 믿고 살아가는 거예요. 오늘 없는 내일은 의미가 없으니까요. 















-

editor SOMMAR CHO

photographer SOMMAR CHO


instagram @sommarfilm

이전 02화 전 사랑하는 게 좋아요. 제가 행복해서 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