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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색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필요한지 아시나요?

엄마의 집짓기

by 귤껍질

“집 오면 바닥 봐봐. 첫 느낌이 어떤지”


시안 갤러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벤트 중 바닥색 고르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정말 많은 논쟁과 고민이 있어서, 색이 칠해졌다는 이야기에, 마침내! 하며 탄성이 나왔다.




어느 공간을 가서, 바닥색이 공간의 감도에 주는 영향을 생각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천장의 높이가 공간의 규모감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직접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배경이 되는 요소들이 안을 채우는 소품들보다 공간의 감도에 영향을 많이 줬다.

기존 콘크리트 바닥
아이보리톤의 내부
기존 바닥 모습

처음에는 시멘트 바닥을 그대로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자분이 맨바닥을 드러내놓지 않고 칠하는 걸 추천했다. 미완의 느낌으로 남겨두지 말라고 거듭 말하셨다. 가족들 모두 수수하고 차분한 지금의 바닥도 마음에 들고, 혹시 잘못된 색을 칠했다가 공간의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바뀌어 버릴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콘크리트 바닥의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색으로 코팅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레이, 아이보리 느낌의 색으로 벽돌이 주는 느낌과 톤을 맞추기로 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분홍색, 노란색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어느 순간 모두가 분위기를 확 살릴 수 있는 독특한 색을 고르고 있었다.


그렇게 토론과 논쟁을 거듭하며 여러 색을 검토했지만, 결국 가장 마지막에 선택한 것은 벽돌 색에 어울리는 그레이색의 에폭시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갤러리 영역은 그레이색에 진주 펄을 섞은 에폭시를 사용했고, 공방 공간은 투명 에폭시를 사용했다. 양쪽 공간 모두 원 바닥의 느낌을 살린 샘인데, 공방 쪽은 바닥의 얼룩도 그대로 보이도록 해서 콘크리트 바닥의 매력이 드러나게 했다.

갤러리 공간의 그레이 바닥
바닥색을 입힌 뒤 모습
얼룩을 그대로 남긴 투명 에폭시
공방 풍경


오랜만에 작년 초에 촬영한 건축탐구 집 영상을 봤는데, 콘크리트 맨바닥에 빈 공간들이 가득해 보였다. 그만큼 집이 많이 변화했고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의미일 거다. 유독 맨바닥이 눈에 들어와서 관련한 에피소드를 적어 본다. 앞으로도 종종 사람 사는 것 같은, 따뜻한 공간이 되고 있는 시안의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공방과 투명 에폭시 바닥


혹시 궁금하실 분을 위해, 건축탐구집 출현 영상도 첨부해요!

https://youtu.be/gIFOQOa1ZJ8?si=ZW3cuRvvOTZ9YC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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