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짓기
"동네 사람들이 첨성대를 지었다고 구경을 왔어"
엄마는 솔로지옥을 보면서도, 출연진보다 인테리어에 주목하는 사람이다. 언제나 좋은 걸 보면 시안 공간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먼저 떠오르나 보다. 그러니 당연한 수순처럼 공간에 계속 새로운 것이 추가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화덕이다. 정원의 공간에서 파티도 하고, 스몰웨딩도 하면서 시안의 공간이 수용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게 될 때 사용하기 위해 정원에 화덕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중에 숙박업을 할 때 온 손님들에게 고구마도 구워줄 수 있다며, 그 쓰임을 상상할수록 꼭 필요한 요소로 느껴졌다.
신이 나 이야기하는 엄마를 보면서 조만간 좋은 화덕 하나 구매하고, 적합한 업체를 구해서 설치하겠구나 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직접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거다. 불을 피울 수 있게 아궁이를 설치하고, 남은 벽돌 사이 매질을 채워 쌓아서 작은 건축물을 올리는 일이었다. 1년 넘게 건축 현장에서 먹고 자고 한 경험치가 쌓여서 이제 뭐든 뚝딱뚝딱 두 분이 직접 해내기는 하지만, 화덕은 꽤나 고난도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웬걸, 오랜만에 방문한 천안에는 집 짓고 남은 벽돌로 첨성대를 닮은 건축물이 떡하니 올라가고 있었다. 가로는 내 누운 키만 하고, 높이 올라간 굴뚝은 아빠보다 컸다. 할머니댁에서 봤던 무쇠 가마솥이 한가운데 있고, 그 옆에는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싱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보리색 벽돌로 꽤나 세련된 화덕이었다. 주변의 흙바닥도 같은 벽돌로 깔끔하게 덮여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작업했냐고 하니, 엄마가 도면을 그린 뒤, 그걸 보고 전기 설비를 다룰 줄 아는 옆집 뚝딱이 아저씨가 기술적인 부분에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익숙해지는 것만큼 무서운 게 또 없어서, 작은 작업들을 직접 하다 보니 화덕 하나 올리는 건 일도 아니게 된 느낌이었다. 조각난 파벽돌은 그 나름대로 빈 틈을 채우는 데 사용하고, 온전한 벽돌로 화덕의 뼈대를 잡았다. 끝까지 이게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김장을 한 날 수육을 척척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제대로 된 화덕 하나가 만들어졌다는 걸 실감했다. 그렇게 시안 갤러리(신축)와 시안 하우스(구축) 사이에 들어선 화덕은 특별한 날마다 빛을 발하고 있다.
시골 골짜기에서나 볼 것 같은 아궁이가, 신축의 벽돌로 지은 화덕과 어우러진 것이 딱 우리 집 같다. 시골스러운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이 같이 섞여 있다. 종종 아빠가 화덕에 불을 피우면 가까이에 앉아서 가만히 구경하고는 한다. 그러면 어릴 때 할머니댁에서 본 화덕이 생각이 난다. 밥을 짓는 데 사용되다가, 밥솥이 등장하면서 역할을 잃고 뭐든 태워버리는 마법의 쓰레기통같이 되었다가, 훔칠 것 없는 시골집에 들어온 도둑이 아궁이를 때어가면서 작별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기억을 떠올리며 불멍을 하다 보니, 아궁이에 뭔가를 해 먹는 경험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에 소소하게 감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