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하여
요새는 큰 질문, 추상적이지만 근본적인 질문들이 많이 떠오른다. 요즘이라고 했지만 사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혼란이다.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쌓이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헷갈리고 마음이 조금 불안해진다. 누군가와 맘껏 대화하고 싶은 마음도 문득 든다.
“나는 어떤 걸 할 때 가장 행복하지?”, ”이 삶이 진짜 원하는 건가? 5년 뒤, 10년 뒤 그동안 잘 살았다고 생각할까?” 스스로 묻다가 가끔 함께 있는 사람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그럼 “다들 직장 그만두고 싶어 하지, 똑같아”라거나, “맞아 나도 돈이 많아서 그냥 맨날 놀고만 싶어. “라며 공기처럼 당연한 마음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묻냐는 반응을 마주하면 마음이 꽤나 섭섭해진다. 그리고 풀이 죽는다. 그냥 다들 사는 대로 사는 거고, 삶의 순간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즐기며 사는 게 최고인가 싶다. 그러다가 갑자기 망망대해에서 혼자 부유하는 느낌이 든다.
소수만이 모호함을 즐기면서 답 없는 대화를 이어가준다. 물 흐르듯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이 있다. 답 없는 대화는 복잡한 머릿속에서 중요한 것들을 꺼내게 해 준다. 오랜 이야기 끝에 머리가 맑아진 경험이 몇 번 있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들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가 요즘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지금 안정인데, 이게 최종적으로 원하는 모습이 아니니까. 안정을 깨고 나가려 하니까 불안정한 거지. “라며 복잡하게 말해도 고개를 끄덕끄덕 해주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막 즐기다가도 지금 이게 나에게 중요한가? 싶어. 체력적으로 피곤한 것도 있는데, 그보다 내가 지금 해결해야 할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 같아. 내가 여기 있어야 할 때인가? 이런 느낌이 드는 거지. “라며 혼잣말 같은 말을 쏟아내도 괜찮다는 수용받는 느낌을 준다.
표면적인 이야기로 서로 비교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소모적인 시간보다. 같이 모여 앉아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을 꺼내 보이며, 심리적 안정감과 지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