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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Nov 13. 2023

퇴고의 고충

소심이의 글쓰기 법

계정을 만들고 두서없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폭주기관차처럼 글을 업로드하다가 잠시 멈칫하고 되돌아보니 내가 쓴 글들이 돌연 창피해졌다. 새벽감성에 취해 중학교 때 싸이월드에 오그라드는 일기를 썼던 흑역사 제2탄 같기도 하고, 또는 내 글이 무심결에 읽은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지는 않았을지, 또는 나의 팽창된 생각들로 적어놓은 텍스트들이 팩트에 어긋나서 정보성의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을지 두려워지기도 했다.


단어와 문맥, 그리고 사실에 위배되지 않도록 최대한 문장을 정리하며 적은 글들이지만, 그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고 언짢음을 제공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이 새벽에 불현듯 찾아온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소심해서야 어떻게 대범하게 글을 써 내려가며 내 신념을 글에 담아낼 수 있을까.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명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적어야 하는 과학책과는 달리, 서술어의 자유도가 높은 인문학 글을 쓰는 것이 훨씬 더 다양성이 높고 제약도 적어 글쓰기에 자유롭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 내 생각을 자유분방하게 떠들어 놓고서 뒤돌아서면 내 글에 확신이 없어지는 소심한 키보드 워리어이다.


퇴고의 과정을 반복하며 글을 열심히 다듬어 보지만 언제나 내게 글쓰기란 무겁고 어려운 작업이다. 분명 취미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결국 헤비하게 글쓰기에 집착하는 것을 보니, 한낱 ‘아마추어’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던 나의 알량한 자존심이 발동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된 이상 글쓰기에 관련된 강좌라도 찾아서 한번 수강해 봐야겠다. 늘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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