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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Dec 12. 2023

이터널 선샤인

기억은 지워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난 겨우 내 앞가림하는 이기적인 애예요.

저는 완벽하지도 않아요.”

“지금 그쪽 모든 게 맘에 들어요.”

“지금이야 그렇죠. 근데 곧 거슬려할 테고

난 당신을 지루해할 거예요.”

“괜찮아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

짐 캐리의 필모에 거의 유일한 멜로 영화. 맨날 우스꽝스러운 표정연기만 보다가 이런 진지한 모습을 보니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싶다. 익살스러운 마스크맨에서 쓸쓸한 남자로 변모하니 그의 눈빛이 낯설기만 하다.





짧은 스포 주의: 주인공 조엘(짐 캐리)과 그의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이별 후 서로의 흔적을 없애려 기억을 지워주는 곳을 찾아가지만 결국 그들은 리셋 후에도 운명처럼 다시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치매나 알츠하이머처럼 기억력을 상실한 내용의 영화는 흔하게 있지만 기억을 지워주는 곳을 소재로 한 영화는 드물어서 호기심에 예전에 보았는데, 세상에나 이렇게 감성적인 영화인 줄 몰랐다.



조엘과 클레멘타인

영화에서처럼 현실에서도 기억을 소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그 권리가 우리에게 부여된다면 그 기회를 사용했을까 아니면 무시했을까. 윤리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내 머릿속의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과거의 일들이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니기에 나는 굳이 사용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다른 얘기로 잠시 빠져보자면, 영화 <어바웃타임>에 등장하는 주인공 ‘팀’에게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 집안 남자들에게만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내력으로, 그 비밀의 능력을 알게 된 팀은 계획이 틀어지거나 사소한 실수만 생겨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리셋한다. 그의 첫사랑인 샬럿과 마지막 사랑인 메리를 만날 때에도 아주 요긴하게 시간여행을 사용한다. 그렇게 빈번하게 써먹다가 어느 순간 그는 더 이상 타임리프를 하지 않게 된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자주 만나오던 그가 마지막으로 아버지와의 작별인사를 하고 그는 더 이상 과거여행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삶을 각색하지도 않고 같은 날을 반복해서 두 번 살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허락된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주어진 시간에만 최선을 다한다.



두 영화를 통해 감독이 주는 메시지는 과거를 인위적으로 리셋하는 것이 마냥 정답은 아니라는 것 같았다. 기억을 지워도 다시 본능적으로 서로를 원하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처럼, 시간여행의 능력이 있어도 결국 남들처럼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팀처럼, 결국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고 기억의 재편성 또한 부질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생에 지우개 따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는 것이 가장 마땅한 것이지 않을까.


서로의 기억을 지우고 난 후 다시 재회하는 두 사람

결론: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날 거, 뭐 하러 비싼 거금을 들이고 기억을 지우냐는 말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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