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7 (토) 청라호수도서관 2층강당
지난 9월에는 무료행사인 작가와의 만남을 많이 가볼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열정이 흘러넘치는 고명환 작가님의 강의의 표정과 목소리가 아직도 느껴집니다.
김애란 작가님과 정유정 작가님은 김포독서대전에서 2시간의 일정이었는데, 고명환 작가님은 인천 독서대전에서 1시간 이내의 짧지만 굵은 강의였습니다. 개그맨 출신이라 기본 입담은 있으시겠지만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체화하셨는지 알 수 있었어요. 쉬지 않고 이어지는 호기심 자극하는 이야기들, 유머러스하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게 집중시키는 고함도 치다가, 심장에 바로 꽂아주는 동기부여 강연이었어요! 2025년 9월에만 해도 전국 45건의 강의 스케줄이 있었으니 얼마나 바쁘실까, 가늠이 안 가더라고요~
안중근 선생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이 말의 참 뜻을 알고 계시나요? 하루라도 책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 돋친 말이 나가고 남 탓을 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한국인은 '잔소리 유전자'가 있다고, 지적질은 내가 힘들수록 스트레스 풀려고 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차라리 매운 닭발을 먹어~!
하는데 빵 터졌지요.
그날 들은 내용 중에 또 생각나는 건,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고등생물은 아니라고, 나무가 고등생물이라네요. 현장감 살려 전해 보자면,
"소나무가 솔방울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어디서 '감이 좋다더라' 소리 듣고 감 만드는 자격증 따고 막, 감 만들려고 노력해요? 인간만 그래요. 언어로 기준을 만들어 버렸어. 행복의 기준, '이게 좋다더라', '안정적인 거를 해라.'
얘는 소나무로 태어났는데 감 만들려 한다니까? 나무가 광합성 안 해주면요, 우린 숨도 못 쉰다?"
우린 우물 안 개구리라면서, 내가 꿈꾸는 만큼 벌린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갑자기
개구리들아~~!!! 왜 외화 안 벌어요?
일순간 강당은 개구리들로 채워진 공간이 되었지요~^^ 그러면서 골드바는 너무 올랐으니 구리바를 사라고. 몇십 년 뒤에 얼마나 오르겠냐고 하더라고요. 구리도 많이 올랐겠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구리바'가 떠나지 않는 거예요. 기념주화처럼 갖고 싶었어요. 금반지들을 집안에서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잃어버린 지금, 구리라는 금속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건 금이야, 나중에 금이 되게 할 거야 생각해 보려고 구매했답니다. 1파운드(0.5kg)에 6만 원대였어요. 아들과 만져보며 소중히 보관했어요.
유튜브 영상에서 간혹 듣던 이야기에서는, 34세 교통사고로 1초 뒤에 사망한다는 의사의 유언 독촉을 듣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뒤 죽음 코앞까지 갔다가 나와서는
"내가 끌려 다니면서 살았구나, 모두가 '유재석'이라는 하나의 별을 보고 달려가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살았구나,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게 기억났어요. 그리고 이날 강의에서 는 그 죽음 앞까지 겪고 나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할 때 이런 다짐이 들었다고 해요.
나는 녹슬어 사라지지 않고
닳아서 사라지겠다.
시간을 지배하려면 짧은 시간을 지배하는 연습을 해보시라며, 지하철 기다리는 5분 , 그냥 사라질 수도 있는 짧은 시간, 근데 그때 책을 읽으면 그 시간 내가 지배한 거라고요. 고명환 작가님은 마지막날까지 한 글자라도 더 쓰고 죽을 거라는 포부가 있었어요. 매일 그렇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언제 가족과 얼굴 보고 언제 책을 쓰는 걸까요? 시간을 지배하는 능력 저도 계발하고 싶네요. 작가님이 얘기한 것 중에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자주 잊는 것이 있는데요.
나와의 약속을 만들고,
'괜찮은 나'를 계속 쌓아 가야 돼.
집에 책이 쌓이는 분량대로 종합소득세 신고 금액이 높아지더라는 확신이 생겨서 올해 제일 많이 냈다는 그는 소득 상위 10% 이내이면서 책부자였습니다.
저희 집에는 책장을 아들이 자꾸 진열장으로 쓰는 바람에, 제 책들은 꽂는 곳 앞쪽 공간에 아슬아슬하게 누워서 쌓이고 있는데요. 책장을 더 늘리는 게 좋을지, 나중엔 전자책이 더 일상화될 텐데 미니멀하게 비우기를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또 이날 강연에서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꽂혔는데요.
"평범한 독서에서 비범한 독서로 가는 단계는 어떤 건 줄 아세요? 여러분 책 많이 읽고 싶죠? 진도가 안 나가니까 '빨리 읽고 저거 읽어야 되는데~' 저도 속독법 학원도 다녀봤어요. 눈 사시로 만들어가지고 한 번에 두 페이지 읽고... 아무 소용없다니까?"
여러분. 어느 순간,
분량에 대한 욕심이 사라집니다.
그게 '비범한 독서가'로 가는 단계예요.
아직 비범한 독서가가 못 되고 분량과 진도에 집착하는 저는 분량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싸인도 5초 만에 스피드 하게 해 주신 작가님. 날짜도, To. 나예님 같은 것은 없지만 누가 봐도 고명환 작가님의 싸인 같아 보이네요~^^
며칠 후 읽어본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부에 대하여> 책에서 이날 강연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메모한 것을 다시 새기며 쓰니 잊은 말씀도 다시 생각이 나서 좋네요.
남 탓을 하는 잔소리를 인지하고 매운 닭발이라도 먹어서 가시 돋친 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고(생각은 자주 합니다)
외화를 버는 '우물 밖 개구리'
녹슬지 않고 '닳아서 사라지는 개구리'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괜찮은 개구리'
독서 분량에 집착하지 않는 '비범한 개구리'가 되겠다고 다시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