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예스 Oct 17. 2023

책이 좋아 밤 10시 30분에  독서모임을 개최했습니다

그녀들의 밤외출

여러분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나요?

치맥? 코인노래방? 음악감상? 넷플릭스 영화 몰아보기나 산책, 숨 가쁘게 달리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저는 책으로 풉니다. 원래부터 책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고 학창 시절에는 청소년 필독서는 고사하고 교과서도 잘 안 읽었던 것 같아요^^

또 안 읽기로 작정한 게 어느 정도였냐면 아이를 임신을 하고 낳는 그 순간까지 임신 대백과 물려받은 것과 육아 관련 책도 한 줄도 읽지 않았지요.


그래도 새해 목표는 늘 끼적여보며 야심 찬 한 해를 계획했는데 주로 자격증 취득하기나 다이어트 감량 목표, 혹은 연봉 인상하자는 목표 같은 것들이었지요.

그러나 2018년 새해에는 1월이 다 끝났는데도 새해 목표가 없었어요.

남편과의 크고 작은 신뢰(나 몰래 대출)가 깨지면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고 있을 때는 이미 아들이 아장아장 걷고 있던 때라서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슬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제가 다니고 있던 회사에 (인격이 엄청 좋으시지만 매 순간 요즘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사장님 덕에 바뀌게 됩니다.


"세상에, 다 큰 성인 중에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는 사람이 반 이상 된다는데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박대리 생각은 어때?"

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는 말이 되는 직원이 되기 위해 꾸역꾸역 사장님실에 꽂혀 있는 책중에 가장 만만한 크기와 두께의 책인 이기주 <언어의 온도>를 한 권 대여한 것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럼 올해 목표도 없는데 책 읽기라도 해 볼까?'

 해서 한 달에 2권을 목표로 잡아 보았지요.

1년에 24권 목표를 훌쩍 넘어 달성하며 활자중독이 되어 갔습니다.

2018년에 64권, 2019년에 61권, 2020년에 46권


지금부터 5년 전을 시작으로 3년을 내리 독서인생을 살며 평소라면 절대 만져보지도 않을 대하소설도 온라인 필사방 (카카오톡) 인증을 통해 읽고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 육아 관련 책 7권을 내신 지에스더 작가님이 작가이시기 전부터 운영하셨는데 함께 참여를 하며 위대한 작품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박경리 <토지> 전 20권 / 최명희 <혼불> / 조정래 <태백산맥> 등을 읽으며 학창 시절 이후 굳어진 손근육은 볼펜을 좋아하는 손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광역 이사를 가며 환경이 아주 바뀌고 난 뒤부터는 한동안 책은 마음의 숙제로만 남은 채 잊히고 있다가 다시 읽어야 함을 느꼈어요.

어떤 이는 '완독에 의의를 두지 마라, 1가지라도 실천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라고 하시지만 완독의 성취감, 하나씩 진도를 해치우며 무언가 내가 업그레이드인간이 되고 있다는 자기 계발 중독자에게는 권수를 늘리는 것도 큰 동기부여였습니다.


하지만 누가 지켜보는 이가 없으면 좋은 습관도 시들시들해져가나 봅니다.

1년에 50여권 읽기를 3년정도 한 다음에  필사챌린지 없이 혼자 읽으니 책을 읽는 횟수가 다시 1년에 4권도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선순위에서 독서가 자꾸 멀어져만 가는데 죄책감 마저 들었습니다.


의외로 소극적인 저는 무리들 앞에 나서서 무언가 모임을 이끌 인재는 꿈꾸어 본 적이 없습니다.

'독서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훌륭한 모임원이 되어 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한부모가정에 맞먹는 독박육아와 직장생활로 예전에 <토지> 필사방을 운영해주셨던 지에스더 작가님처럼 나도 해보자.
너무 귀찮고 신경 쓰이고 상처받을 수도 있고 대가도 없는 일인걸...'


기회가 되어 오프라인 독서모임도 참여해 보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위북'이라는 지역기반 소모임입니다.

계속 나가고 싶었지만 남편이 주말에도 출근을 하고 거의 휴일이 없다 보니 아직 어린아이가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어서 가끔만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 모임에 나가지 못해도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책 공감대를 하고 싶다.'


고민만 2년을 하다가 드디어,

2023년 5월 1일 봄부터 우리 아파트에서 여성 독서 필사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여성을 한정한 이유는 얼굴도 모르는데 연령대가 저의 또래라면 언젠가 만날 때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이래저래 신경 쓰일만한 여지를 주고 싶지 않고 , 또 필사와 생각 쓰기에 몰입하다 보면 남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여성 특유의 속마음 생각 쓰기도 자유롭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 세상에, 우리 아파트 안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

정원을 10명 정도로 두고 용기 내어 모집했는데 금방 마감되었습니다.

역시 계속 소극적인 저는 한 아파트에 살면서 얼굴도 모르는 분들과 매일 필사 챌린지를 이어나갔지요~

모두 열심이셨습니다. 일이 바쁘거나 여유가 없으셔서 잠시 카톡방을 나가신 모임원분들 자리에 또 열정적인 분들이 함께 해 주셨어요~

그러다가 모임원분들이 "우리 언제 모이나요?" "우리 같은 책도 읽고 모여서 모임도 가져요~" 하며 목소리를 내주었어요~ 2회에 걸쳐 밤술로 얼굴을 튼 다음 실제 독서모임을 처음 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운명적인 13일의 금요일~! 초저녁부터 손님맞이 청소를 줄기차게 하다 보니 빨래무덤과 밟히는 것들이 점점 걷혀갔습니다. 대책 없는 것은 작은방에 다 밀어놓고 봉쇄를 했지요.

못 들어가게 치밀하게 화분으로 문 앞을 막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밤 10시 30분부터 모임 시작인데 아이와 씨름하다 10분을 남겨두고 드디어 잠을 자 주었습니다.

"어서와, 밤 독서모임은 처음이지?"

모임원분들이 하나 혹은 여러 개씩 논제를 함께 고민해 오고 드디어 만난 날, 스케줄과 건강상태가 안되신 두 분을 빼고 7명이 모여 새벽 2시 50분까지 독서에 대한 이야기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어마어마한 분들과 건설적인 모임을 가지며 서로 공감하고 꿈을 나누는 시간을 보내서 너무 기뻤습니다.^^

다음 밤에도 만나요~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