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아모르보르의 몰락 - 긴 이야기
이 한 동물의 몰락에 관한 이야기는 « 큰 언덕 »이라 불리는 고향을 떠나 수십 년 동안 방랑하던 유령-건축가가 우연히 « 왕의 산 » 에서 만난 브라반트 Brabant의 사변가 specculateur 와의 만남에서 환상되었습니다.
길의 도시의 한 구석. 큰 바위 위에서 유령-건축가는 뷔르템베르크의 현인과 건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엄숙한 이 현인은 유령-건축가에게 건축의 원형이 무엇이냐 물었습니다. 유령-건축가는 건축의 기원은 원시오두막일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정신을 가진 이 현인은 그 대답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건축의 원형은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벨이 내부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유령-건축가는 의아했습니다. 내부가 없다면 그 건물에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궁금했습니다. 정신의 화신인 그 현인은 말했습니다. 누군가 머물 수 있는 건물은 진정한 예술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령-건축가는 그렇다면 바벨은 건축의 기원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건축의 원형을 말하던 그 현인에게 그 생각을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모순되는 질문과 대답 이후 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유령-건축가는 어느 추운 날 « 왕의 산 »의 한 동굴에서 우연히 브라반트의 사변가를 만났습니다. 유령-건축가는 그에게 뷔르템베르크의 현인과 바벨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브라반트의 사변가는 그의 고향 북쪽에 있는 한 마을의 화가가 그린 바벨 그림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브라반트의 사변가는 그가 보았다는 그림 속 바벨은 그 뷔르템베르크의 현인이 말한 것과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가 본 그림 속에서 바벨은 10층 정도의 미완성의 타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타워의 벽에는 수많은 아치문이 있어 사람들이 안과 밖을 드나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브라반트의 사변가는 그의 고향의 북쪽 마을의 이 몽상가가 바벨을 직접 보고 그린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은 유령-건축가는 다시 혼란에 빠졌습니다. 유령-건축가는 바벨이 뷔르템베르크 Württemberg의 현인의 말처럼 속이 꽉 찬 인공물 artefact 인지 브라반트 Brabant의 사변가가 그림에서 본 것처럼 어떤 건물인지 직접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령-건축가의 사변적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 여정의 끝은 12년이 지나서였습니다. 마지막 2년은 모래사막 걷기 뿐이었습니다. 갑자기 유령-건축가에게 거대한 소리가 들립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소리입니다. 멀리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은 덩어리의 검은 형상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그것은 아주 천천히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약간 느리게 자전하고 있습니다.
유령-건축가는 회전하는 바벨 앞에 서 있습니다. 유령-건축가는 두 눈으로 바벨을 봅니다. 바벨은 수천 년 동안 아무도 드나들지 않은 듯한 폐허입니다. 브라반트의 사변가의 말이 맞습니다. 바벨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건물입니다. 하지만 브라반트의 사변가가 말한 그림처럼 아치들로 가득 찬 훌륭한 건축물의 벽은 아닙니다. 대신 바벨의 벽에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경사로가 있고 땅 쪽에만 동물들이 드나들 것만 같은 구멍들이 여기저기 있습니다. 그 어두운 구멍으로 들어가면 안에는 어떤 공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령-건축가는 그곳에 서서 바벨이 한 바퀴 돌기를 기다립니다. 바벨의 벽에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여기저기 쓰여 있습니다. 새겨진 것도 아니고 칠해진 것도 아닌 문자 같은 이미지들입니다. 몇 달이 지나 바벨이 거의 한 바퀴 돈 듯한 어느 날 유령-건축가의 눈에 익숙한 문자가 나타납니다. 그가 « 큰 언덕 »에서 익힌 문자입니다. 유령-건축가는 바벨을 따라 돌며 그것을 읽습니다.
유령-건축가는 « 아모르보르의 몰락 »이라는 글을 읽기 시작합니다.
하루의 끝
발아래 지평선 너머
시날의 태양은 쫓기듯 숨는다
붉은 그림자 너머
인간은 오늘도 위대하다
이토록 높이 오른 적이 있었든가?
내 손가락 바로 위
하늘이 있다
바로 저기 닿고자
빈틈없이 벽돌을 쌓던 인간들
내일
마지막 역청이 부어지면
위대한 더미는 완성이다
바벨을 따라 걷던 유령-건축가는 잠시 읽기를 멈춥니다. 바벨이 그냥 속이 꽉 찬 벽돌 더미였다는 이야기에 유령-건축가는 혼란스럽습니다. 유령-건축가는 다시 자세히 바벨을 바라봅니다. 바벨의 외벽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있습니다. 그 구멍들 안쪽에 어떤 공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벨의 외벽을 감싸며 올라가는 경사로는 구멍들과는 상관없이 바벨의 옥상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유령-건축가는 생각합니다. « 저 구멍들은 경사로와 상관없이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 유령-건축가는 의문을 뒤로한 채 벽에 새겨진 괴상한 서사시를 계속 읽으며 바벨의 주위를 공전합니다.
인간의 고원
그 고원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수많은 나
태양과 작별하며 하루를 마친다
내일의 인간에게 태양은 없으리
사랑을 나누기에
바벨의 위 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하늘에 닿기 전
마지막 밤에 우리는 사랑을 먹는다
벽돌과 역청 위에
차려진 나와 너
달과 별이
나와 너를 요리한다
이것은 인간의 최후의 만찬
이것은 하늘 아래 최후의 오르가슴
별과 달의 빛으로 포식자는 덮혀지고
벽돌과 역청으로 먹잇감이 적셔질 때
우리는 죽음을 외친다.
유령-건축가가 이 죽음들의 야릇한 외침을 읽고 있을 때 바로 옆 작은 구멍에서 뭔가가 나타납니다. 작은 붉은 암캐 한 마리가 대가리를 내밉니다. 생명력으로 가득 찬 듯 보이는 이 개는 유령-건축가의 흥분을 가만히 지켜보다 다시 구멍으로 사라집니다. 유령-건축가는 다시 음울한 서사시를 읽기 시작합니다.
그 작은 죽음이 도시 밖
성벽 너머 닿기도 전에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의 외침들은 이제는 다른 외침
거친 숨을 들이쉬며
우리는 다시 죽음을 외친다
하지만
너의 외침은 짐승의 소리
나의 외침도 짐승의 소리
별과 달의 은총과
벽돌과 역청의 축복 속에서
사랑을 먹던 amorvore
너 그리고 나
여기 지금
그저 짐승의 소리를 낼 뿐
바벨 그곳은
짐승들의 고원
해가 뜬다
비애
우리는 침묵한다
나는 돌을 집어든다
너도 돌을 집어든다
모두 흙 위에 그림을 그린다
지금이면 닿았을 하늘을 등에 지고
벽돌과 역청의 고원
그 위에 흙과 돌의 그림을 그린다
우리는 이제 짐승인가?
두려움
우리는 그림을 그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많은 나와 너는
결국
하나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그것은 바로 « 신 »
짐승들의 첫 단어가 하늘에 비친다
우리는 모두 돌을 간다
무엇보다 날카롭게
한 번에 하늘의 살을 가를 만큼
한 번에 그 단어를 자를 만큼
배 부르지 않은
모든 인간은 한 손에 하나씩
날카로운 돌을 움켜쥔다
바벨 위 첫 단어는 피로 적셔진다
작별
바벨의 가장자리에 서서
하나씩 하나씩
하늘의 살을 베어버린다
찢겨 나온 하늘의 살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하나씩 하나씩
위태롭게 두 발을 허공으로 옮긴다
하나씩 하나씩
바벨의 바깥으로 힘껏 몸을 던진다
하나씩 하나씩
바벨을 적신 피를 밟으며
하나씩 하나씩
무한을 향해 몸을 던진다
« 신의 혀를 자르기 위해 »
바벨은 눈물의 고원
짐승들의 분노가 서린 그 고원에
새 짐승들이 태어난다
고원의 암컷들
딱딱해진 벽돌과 역청을 눈물로 적시며
고원의 암컷들은
손으로 벽돌을 깨고 파낸다
손톱으로 역청을 긁고 파낸다
천천히 은밀하게
바벨 위에서 구덩이를 파내려 간다
새끼들을 끔찍한 저주에서
숨기기 위해
그 구덩이 안에서
짐승의 소리는
자장가가 되리라
비애의 목소리에 유령-건축가는 계속 서사시를 읽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유령-건축가는 옷을 모두 벗고 그 애식동물들 animaux amorvores을 위한 애도의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유령-건축가는 춤추며 말합니다. « 이 서사시를 읽는 나의 혀는 이상한 혀 » 이 말을 수 없이 읊조리며 유령-건축가는 다시 이 자전하는 서사시를 읽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그 많던 구덩이들은 합쳐져 심연이 된다
그리고
심연은 도시의 땅에 다다른다
자장가를 듣던 짐승들은
수평의 갱도를 파나 간다
그것들은 저주의 심연을 나가 인간이 되리라
자장가를 부르던 짐승들은
계속 구덩이를 판다
땅 아래로
계속 계속
katabasis
그것들은 거대한 심연 속 무명이 되리라
새 우리는 처음으로 거대한 바벨의 벽을 만난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모두 각자의 소리로 그 벽 바깥에 이미지를 그린다
벽을 따라 오르내리며 서로 알 수 없는 이미지를 그린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각자의 땅으로 흩어진다
저주의 서사시가 끝나자 유령-건축가는 춤추기를 멈춥니다. 유령-건축가는 무한으로의 스스로 던짐을 허락한 벽이자 텅 빈 공허를 잉태한 벽인 바벨을 여전히 따라돕니다. 유령-건축가는 무한으로 사라진 이들, 심연으로 사라진 이들 그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진 이들을 애도합니다. 그때 유령-건축가는 자장가를 듣습니다. 그 관능성 암캐가 사라졌던 그 구멍에서 스며 나오는 자장가입니다. 머리 없는 괴물. 그래서 그 머리를 자를 수 없는 괴물의 자장가가 들립니다. 그 심연의 아토포스 atopos 가 유령-건축가를 포획하자 유령-건축가는 중력에 이끌려 돌진하는 소행성처럼 그 구멍 속으로 이끌려갑니다.
구멍의 끝. 유령-건축가는 심연을 만납니다. 아래에는 심원한 괴물의 아가리가 자장가를 부르고 위에는 아득한 하늘의 찢긴 상처들이 찬송가를 부릅니다. 유령-건축가는 어둠 속에서 심연을 이루는 벽의 안 쪽을 자세히 살핍니다. 벽의 바깥처럼 그 벽의 안 쪽에도 경사로가 있습니다. 바벨의 꼭대기에서 바벨의 심연 아래까지 내려오는 좁은 경사로가 유령-건축가 앞에 있습니다 ge-stall. 카타바시스는 돌과 흙의 경사로. 아나바시스는 벽돌과 역청의 경사로.
유령-건축가는 오릅니다. 유령-건축가는 중력의 영을 거스르며 오릅니다. 그래서인지 알몸의 유령-건축사의 몸에서 모든 체액들이 빠져나갑니다. 벽돌과 역청 위에 모든 체액들이 쏟아집니다. 피, 오줌, 고름, 애액, 토, 눈물, 정액, 콧물, 똥, 피지, 생리혈. 모든 것들이 빠져 나갈 때 유령-건축가의 가벼운 몸은 애식 동물의 고원에 다다릅니다.
바닥 없는 고원. 그 사라진 바닥 둘레엔 아직 벽돌의 벽이 돌고 있습니다. 고원의 테두리를 이루는 벽돌 위에 한 발을 딛습니다. 아래의 차가운 그림자와 위의 따뜻한 햇볕이 그를 반깁니다. 위태로운 몸짓으로 벽돌 위에 서서 한 팔을 하늘을 향해 뻗습니다. 겨우 잡은 찢긴 하늘의 살을 잡고 유령-건축가는 움직이는 벽돌 위를 걷기 시작합니다. 계속 걷습니다. 유령-건축가는 하늘의 찢긴 표피를 움켜쥐고 양 발 끝에 힘을 주며 균형을 잡습니다. 그리고 그 오묘한 균형 안에서
유령-건축가는 춤을 춥니다. 이 언어의 자전을 저주하며 « 아모르보르의 몰락 »을 찬양하며. 유령-건축가는 춤을 춥니다. 심연의 목소리를 마주 않기 위해 또 무한으로 던져졌음을 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