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의 의무
도시는 뿌연 연기에 휩싸였다.
갑자기 나타난 괴수는 커다란 덩치를 휘두르며 왕복 4차선 도로를 거침없이 움직였다. 괴수가 움직일 때마다, 건물이 흔들리고 거대한 먼지덩어리에 먹히듯이 무너져갔다. 이런 특수상황에 대비한 특수처리반이 출동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존재 앞에서 인간 등에 메인 무기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처리반장은 일단 후퇴를 결정했다.
“모두 도망쳐!”
출동 때 타고 왔던 차량을 향해 달리며 처리반장이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괴수가 잠시 멈추더니 처리반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직 연기에 쌓여 제대로 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이 생명체는 다가올수록 더욱더 거대해 보였다. 입으로 보이는 부위에서 낮은 울음소리도 들려오는 듯했다.
“우...으...”
착각이 아니었다. 가까워질수록 소리는 명확해져가고 있었다. 점점 더 커져가는 괴생명체는 그 부피만큼 처리반장을 압박해오고 있었다. 처리반장은 꼼짝할 수 없었다. 있는 힘껏 내달린다고 해도 괴수의 한 발짝 안이었다. 등에 있던 장총을 앞으로 돌려 손에 쥐어봤지만 이 조차도 별 의미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 어어...”
울음이 잦아들어가는 듯했지만 귓가에는 선명하게 꽂혔다. 괴수는 처리반장 앞에 멈춰서있었다. 눈에 어린 섬광이 섬칫하게 느껴졌다. 이제 괴수의 울음소리는 반복해서 주변을 울리기 시작했다. 마치 메아리 같았다. 괴수는 천천히 앞발을 들어 올리더니 처리반장을 향해 뻗었다. 이제는 끝이구나.
“우엉!”
괴수의 발 끝이 처리반장 몸이 닿았다. 그것은 가볍고 매끄럽고 보드라웠다. 먼지가 걷히자 괴수의 실체가 보였다. 쫑긋한 귀와 싸가지 없는 눈. 독특한 모색. 낯익은 생물.
그것은 처리반장이 키우는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우엉!”
괴수, 아니 고양이는 다시 한번 발을 들어 처리반장의 머리통을 두드리며 울었다. 그리고 메아리가 따르듯 여러 번 ‘우엉 우엉 우엉’ 하고 울렸다. 처리반장은 이 상황이 너무나 어리둥절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계속해서 울음소리가 머릿속을 헤집듯 맴돌자 처리반장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만해!”
그는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는 여전히 거대한 고양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감에 따른 거대함이었다. 짐승은 우엉 우엉 반복하며 울었다. 정신을 차린 그는 더 이상 특수처리반의 팀장이 아니었다. 그저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일 뿐이었다. 배가 고픈 고양이는 집사를 깨우려는 노력을 했지만 반응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비척비척 일어나 그의 꿈에 나타나 괴롭혔던 괴수의 밥을 챙겼다.
꿈을 잠식당한 인간은 불평을 쏟으면서도 결국 짐승의 뜻대로 움직였다. 집사는 집사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인은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집사를 괴롭힐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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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과 궁상사이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일상툰입니다.
매주 월(정기) 목(부정기) 업로드하여 주 1-2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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