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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남자욱 Mar 19. 2023

baseball

만루홈런

"어떤 사람들은 3루에 태어났지만 자신이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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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원하던 원치 않던 꽤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아무래도 직업이 디자이너인지라 이쪽 계통의 사람들을 많이들 봐왔는데, 예체능 계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타 직업군에 비해 흔히 말하는 금수저인 친구들을 사회에서 빈번히 접할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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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금수저'라고 불리는 그 타이틀은 스스로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그저 태생적인 운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만, 개중에 몇몇은 자신의 노력과는 별개로 부모 잘 만난 탓에 본인이 3루타를 친 듯 허세를 부리곤 하는데, 어릴 땐 내 본인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으로도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느낄 때가 많았다. 솔직히 말해 어릴 때는 그런 류의 인간을 싫어하다 못해 경멸해 왔고,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무시를 해왔으며, 지금은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을 정도로 그에 둔감해졌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겪다 보니 그냥 각자 인생 사는 거 내 할거나 잘하자고. 결국 여러 조건에서 따지고 보면 걔네나 나나 다 비슷비슷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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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참 공평하다고 느낀 게 그들이 3루에 시작했어도, 운이 좋게 다음 타자의 적시타로 인해 점수를 기록했다고 해도, 9회 말 상황이 아닌 이상 다음 타석이 그를 기다리고 있고, 그 타석에 서있는 그는 더 이상 3루에 있지는 않더라. 좋은 부모와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건 일종의 베네핏 중 하나지 결국 이 모든 걸 헤쳐나가야 하는 건 본인 스스로라는 생각에 내가 내린 결론은 굳이 비교해 가며 더 불행해할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이 그저 좋은 타율과 타점을 내기 위해 각자 수많은 연습과 훈련을 해야만 하는 거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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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들과 일들이 점점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요 근래 평균적으로 하루 네 시간 정도씩을 잤으니 일주일 동안 서른 시간 좀 안되게 잔 것 같은데, 사실 지금도 그로 인한 피로나 스트레스보다는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좋은 결과물들을 가져오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도대체 너는 언제 쉬냐'는 친구들의 말에 '나도 그만 좀 쉬고 싶어'라고 말은 했다만, 어쩌다 보니 그냥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지금 해야만 해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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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타석에 올라왔다. 수많은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나를 응원하는 소리와 함께 비아냥거리는 소리 역시 들린다. 삼진 아웃이 될 수도, 운이 좋으면 1루타를, 조금 더 좋다면 적시타를, 그보다 더 운이 좋다면 홈런을 칠 수 있겠지. #base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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