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마음 Jun 01. 2024

연길 1박 2일 다녀오기 - 1

다신 못할 것 같은 여행기

급한 연락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다시 만날 줄 모르는 동생이 곧 떠난다는 연락이었죠. 동생은 중국 연길에 살고 있었습니다. 당장 2주 후에 떠난답니다. 중국은 비행기표만 끊는다고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죠. 비자가 항상 허들입니다. 어쨌거나 무조건 가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비자를 급행으로 발급받아 봅니다. 왜냐하면 사진을 제대로 찍지 않아서 한 번 반려되었고, 그래서 시간이 없어졌어요. 결국 급행으로 다시 신청! 중국 비자는 단체는 까다롭지 않은데 개인 비자는 많이 까다로워졌어요.ㅠㅠ


그리고 없던 시간을 쪼개고 만들었습니다. 일을 여행 앞뒤로 다 몰아치도록 만든 뒤... 그때의 나는 어떻게든 해낼 거라는 믿음으로 일단 지르고 봅니다.^^ 1박 2일을 겨우 확보한 뒤 비행기표를 끊었어요. 호텔도 예약하고요. 정말 무엇이 한 번 휩쓸고 간 것 같은 2주였어요. 그리고 가기 전에 끝내야 할 일들을 하느라 출발 전엔 거의 3일 내내 4시간을 잤습니다. 출발 전날은 밤을 새웠고요. 그렇게 연길로 출발!



너무 다행인 것은 집 바로 앞에서 공항버스가 한 번에 있다는 것! 새벽 5시 30분,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른 아침이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매우 많았어요. 벌써 여름휴가를 떠나는 걸까요? ㅎㅎ 참고로 중국은 모바일 체크인을 해도 비자 확인을 항공사 창구에서 다시 한번 하기 때문에 저렇게 종이 티켓을 줍니다. 셀프체크인을 해도 수화물 부치는 택만 나오고요. 그것도 역시 항공사 창구에서 비자 확인을 끝낸 뒤 보낼 수 있어요.



오랜만에 체크인을 마치고, 수속대도 무사히 잘 통과했고요. 너무 피곤해서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일단 카페인 수혈을 해봅니다. : ) 잠시 면세점에 들러 구경도 하고요. 환율이 너무 비싸서 면세의 느낌이 아니라 이번에는 그냥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했어요. 저는 미리 사전 체크인을 하면서 창가자리로 자리를 선점했습니다. 짧은 비행이라 화장실 갈 일 없고, 방해받지 않고 푹 자고 싶어서 이런 날은 창가를 선호합니다. 운이 좋으면 예쁜 구름과 비행기 날개를 볼 수 있는데 그것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푹 자려고 했는데 아까 먹은 아메리카노의 영향인지 잠을 한숨도 못 잤는데, 피곤해 죽을 것 같았는데 잠이 안 왔어요. 그리고 곧 기내식이 나옵니다. 입맛이 없어서 샐러드와 빵, 커피만 가볍게 먹고 눈을 감아보았지만 잠들기 대실패. 뜬 눈으로 2시간 20분을 날아 연길에 도착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처음 온 연길. 근 4년 만에 연길 공항에 발을 딛었습니다. 그런데 연길 도착하기 20분 전부터 비행기에서 비행기에서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지금 연길은 군사지역이라 기내 창문을 모두 닫아야 착륙이 가능하다고요. 보통은 창문을 다 열고 착륙하는데 매우 당황했죠. 그리고 말 안 듣는 기내 손님들 덕분에... 저희는 하늘에서 뱅글뱅글 돌다가 열받은 기장님이 방송을 한 번 더 한 후에야... 착륙을 할 수 있었습니다.ㅜㅜ 안 그래도 잠을 못 잤는데 아오 피곤해...



원래는 연길에 10시 20분 도착이었는데 하늘에서 뱅글뱅글 도느라 시간이 좀 지연되었고, 저는 기내용 가방만 가져와서 수화물을 찾지 않아도 되었기에 공항 밖으로 나오니 11시. 아직 점심을 먹기는 이른 시간이라 일단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 생긴 호텔인데요. 파크 카이로스 호텔입니다. 연길의 중요한 곳들을 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있으며, 깔끔하고 중국 호텔 같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평일이라 일찍 체크인해줄 것 같았는데 바로 체크인해주어서 짐을 놓고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 )



저는 여행 가면 한국에서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먹는데요. 이것은 고명부터가 다른 진짜 찐 평양랭면, 그리고 연길에서 유명한 짱태볶음, 그 유명한 북한의 대동강 맥주입니다. 수면 욕구를 채우지 못한 것을 식욕으로 푸는 건지... 너무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마침 근처에서 재중동포(조선족의 맞는 표현입니다.)의 야외 결혼식도 보고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연길에 친한 가이드가 있어서 그분과 함께 동행했어요. : ) 왜냐하면 동생은 저녁에 만날 수 있어서 시간을 보내야 했거든요. 마음 같아선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은데요. ㅠㅠ



이곳은 연길에 새로 생긴 카페입니다. 연길 시내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면 있는데요. 사과배 농장 안에 카페와 캠핑장을 만들었더라고요. 요즘 연길 주변에 이런 카페와 캠핑장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혹시 사과배를 아시나요? 사과배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연길은 자치주 안에 있는 시입니다.)의 특산물입니다. 재중동포들이 한국+중국의 정체성을 띄고 있는 것과 닮아 있어서 슬픈 역사를 담은 과일이라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연변에는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 사과배 농장이 엄청 많아요!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간의 근황을 나누고, 잠시 쉬었다가 코로나 동안 많이 바뀐 연길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정말 연길을 자주 왔었던 터라 구석구석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요즘 유튜버들이 연길에 자유여행을 많이 가기도 해서 더 궁금했고요. ㅎㅎ



이곳은 연길시에 있는 '조선민속원'이라는 곳입니다. 마치 한국의 민속촌 같은 곳인데요. 한류 열풍 때문인지 이곳에 가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주변에 한복 대여점과 사진촬영 서비스점도 많이 생겼고요. 너무 관광객이 많아서 정신이 없고, 100년이 넘은 가옥들을 그대로 옮겨온 것 빼고는 특별함이 많은 곳은 아닌데요. 100년이 넘은 가옥들을 모두 카페로 사용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장소이긴 했습니다. 조금 더 의미 있는 전시들을 만들어 잘 보존하면 좋을 텐데 소개도 설명도 자세한 건 없어서 더 아쉬웠던 곳이었어요.



민속촌 앞에 간판입니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는 원래 모든 간판에 한글표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글표기 먼저, 그다음 중국어 표기를 하도록 되어있었는데요. 최근에 법이 바뀌어 중국어 표기 먼저, 그 뒤에 한국표기로 바뀌었다고 해요. 조선족 학교에서도 이전에는 한글과 한국말로 수업을 했었는데, 현재는 중국어로 수업하도록 법이 바뀌어서 한글은 영어처럼 수업시간 안에 잠깐만 배운다고 하네요. 이런 점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감추거나, 없애려고 하는 것 같아서 이번 연길에서는 많이 속상했습니다. (모두 중국으로 편입하려는 거야...?ㅠㅠ 의도를 알아서 더 속상한 1인)



중국 하면 길거리 음식을 빼놓을 수 없죠. 이제 연길은 관광도시가 되어버려서 길거리 음식이 엄청 많습니다. 어딜 가도 조금만 붐비는 곳에는 모두 길거리 음식점이 있고요. 수상시장, 서시장 등 관광객을 위한 시장도 많습니다. 한국의 동대문 같은 패션거리도 생겼고요. 백화점도 잘 되어 있어요. 실제로 한국사람들과 러시아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러시아 사람들은 훈춘을 통해서 비행기 타지 않고 연길로 여행을 올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엄청나게 들어온다고 합니다.(그런데 너희 나라 전쟁 중인데... 그래도 되는 거니...? 이것도 이해 안 되는 1인...;;)



이 건물들은 연변대학교 맞은 편의 번화가 건물들인데요. 제가 자주 갔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한국어 표기가 간판에 먼저 되어있었는데, 이제는 중국어 표기가 먼저 나오도록 다 바뀌어 버렸어요. 아예 중국어만 있는 간판도 있고요. 속상해서 찍은 것...ㅠㅠ



이것은 현지 가이드가 선물이라고 준 북한 담배입니다. 실제 현재 북한에서 팔리는 담배라고 하고요. 최근에 구한 것이라고 하며 하나 선물로 주더라고요.ㅎㅎㅎ 이제 잠시 백화점에 들러 동생 선물을 사고, 사실 면세에서 다 샀지만 빼뜨린 것이 있어 하나 더 사러 갔습니다. 드디어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4년 동안 동생과 저는 서로 어떻게 변했을까요? 두근두근! :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