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공지능 관련 IT 스타트업에서 약 4년간 근무하면서 주로 기획과 디자인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자연스럽게 UI/UX 관련 업무도 접하게 되었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흥미가 점점 커지게 되었다. 특히, 단순한 디자인 작업을 넘어서 사용자 행동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야의 학문적인 측면에도 깊이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HCI 분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연구하고 싶어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지만,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 굉장히 막막했다. 연구실을 어떻게 찾을지, 교수님들과 언제 어떻게 컨택할지, 무엇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지, 내 학점으로 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 등 여러 고민이 있었다.
나처럼 아무런 대책 없이 국내 UI/UX, HCI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대학원 진학 준비 과정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사람마다 주어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중요한 요소를 기준으로 진학하고 싶은 대학원을 선정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위치 :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대전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은 포항에 있으며,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일부는 수원에, 연세대학교 첨단융합공학부는 송도에 있다. 각 학교뿐만 아니라 학과별로 위치가 다른 경우도 있으므로, 본인이 자취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등록금 :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면 각 학교별 등록금과 장학금 제도를 확인해보자. 특히 BK21 교육연구단이 속해있는 학과를 잘 살펴보자. 해당 교육연구단이 있는 학과에 소속되어 BK 장학생으로 선정되면 석사 월 100만원, 박사 월 160만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학교 별로 다를 수 있음). 그 외에도 학교 자체에서 시행하는 여러 장학제도가 있으니 학교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네임 밸류 : 대학원은 학부와 달리 도제식이기 때문에 교수진이 매우 중요하지만, 사람에 따라 학교 네임 밸류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일단 본인의 최저 선을 지정해두고 위에서부터 쭉 리스트업 해보자. 어차피 본인과 성향이 잘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보는 수 밖에 없다. 리스트업 한 후, 교수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성향에 맞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그 외에도 연구실의 분위기, 학교 내 커리큘럼 등 다양한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학교 입학 사이트에 들어가면 보통 작년도 모집요강이 올라와 있다. 모집 요강을 살펴본 후 본인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를 선정해본 후 진학하고 싶은 대학원을 리스트업 하자.
HCI 대학원 연구실 디렉토리 사이트 (hcikorea.org)
HCI 대학원 연구실 디렉토리 사이트를 활용하여 원하는 대학의 HCI 연구실의 현황을 파악하자. 이 사이트는 서울대학교 사용자경험연구실에서 만든 것으로, 국내 HCI 연구실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본인이 리스트업한 대학교명을 검색하면 어떤 학과에서 어떤 교수님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HCI는 컴퓨터 과학, 심리학, 디자인, 인간공학, 사회학,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여 인간 중심의 기술과 시스템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종합적인 학문 분야다. 따라서 국내 HCI 연구실 현황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학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략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컴퓨터공학과
기계공학과
산업공학과
디자인학과
경영학과
언론정보학과
교육학과
심리학과
그 외 융합학과
대학원을 진학하면 HCI 연구 뿐만 아니라 해당 학과에서 배우는 과목들도 공부해야 한다. 따라서 본인이 어떤 학문에 뿌리를 두고 HCI 연구를 하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본인이 인간공학에 기반한 HCI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산업공학과 연구실 위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언론정보학과, 컴퓨터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컴퓨터공학과 연구실 위주로 선택할 수 있다.
만약 해당학과에서 어떤 과목들을 수강하는지 궁금하다면 서울대학교 수강신청 사이트(https://sugang.snu.ac.kr/)를 활용해보자. 서울대학교는 일반인에게도 수강신청 사이트를 공개하기 때문에, 해당 학과에서 어떤 과목들을 공부하는지 대략적으로 참고할 수 있다. 강의 계획서도 공개되어 있으므로 참고하여 본인이 집중하고 싶은 연구 분야를 결정하자.
Professional Knowledge & Experience Market, 김박사넷 (phdkim.net)
집중하고 싶은 분야까지 결정했다면, 이제 10개 미만의 연구실이 리스트업 되어있을 것이다. 김박사넷에 접속하여 본인이 리스트업한 교수의 재학생 및 졸업생의 평가와 연구실의 장점에 대한 한줄평을 확인해보자.
재학생 및 졸업생의 평가에는 교수의 능력치가 오각형의 방사형 그래프로 표현되어 있고, 연구실 장점에 대한 한줄평에는 실제 연구생들의 적나라한 평가가 작성되어 있다. 여기서 이 한줄평의 내용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주변에 대학원을 졸업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정 교수는 수시로 김박사넷에 접속하여 본인의 평가를 확인하고 좋지 않은 평가가 작성되면 누구인지 찾아내서 다시 작성하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댓글 알바처럼 너무 정석적으로 작성된 댓글은 걸러서 보는 것이 좋다.
다음장에서는 최종 연구실 선정하는 방법, CV 작성 방법, 교수님께 컨택 메일 보내는 방법, 입시 준 준비해야 할 일 등에 대해서 작성해보겠다.